'초짜'가 작성한 RO회합 녹취록 오류 이석기 사건 변수되나
입력 2013-11-15 17:14
[쿠키 사회]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선동·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제출한 녹취록에 오류가 있음을 시인하고 재판부에 수정본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향후 재판 과정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RO(혁명조직)’ 비밀회합 참석들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은 특히 내란음모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여서 오류가 있다는 것은 녹취록의 증거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녹취록은 지난 5월10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청소년수련원과 5월12일 서울 합정동 마리스타교육수사회에서 열린 RO 회합 당시 참석자들의 대화 내용이 담긴 것이다. 국정원이 녹취록의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한 곳은 곤지암 모임에서만 112곳이고 합정동 모임에서도 일부 오류가 발견됐다.
국정원은 ‘결전 성지’로 된 부분을 ‘절두산 성지’로, ‘성전 수행’은 ‘선전 수행’으로, ‘전쟁 준비’는 ‘구체적 준비’로, ‘혁명 진출’은 ‘혁명적 진출’로, ‘전쟁에 관한 주제를 호소하고’는 ‘전쟁 반대 투쟁 호소’로 수정했다.
국정원과 검찰이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로 녹취록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변호인단은 15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에서 녹취록이 ‘의도적으로 왜곡됐다’는 주장을 집요하게 펼쳤다. 재판장인 김정운 판사도 “절두산 성지와 결전 성지는 글자 수가 달라 오인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녹취록을 20~30번씩 들었다고 했는데 의도적인 게 아니냐”고 물었다.
국정원 측은 의도적인 조작은 절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원 문씨는 공판에서 “녹취파일 음질이 안 좋았고 시간도 촉박해 오류가 발생한 것이지 다른 이상(왜곡)은 없다”고 주장했다.
문씨는 녹취록을 작성해 본 경험이 없는 ‘초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판에서 문씨는 “녹취록을 작성한 경험이 있느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이번 사건으로 녹취록을 처음 작성해봤다”고 답했다. 또 사흘만에 녹취록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문씨는 “녹취파일 음질이 안 좋았고 시간도 촉박해 오류가 발생한 것이지 다른 이상(왜곡)은 없다. 절두산 성지는 의미를 몰랐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녹취록이 위법한 방법으로 취득돼 증거능력이 없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국정원이 RO 내부 제보자에게 녹음기를 제공해 녹음을 시켰거나 일반인에게 감청을 위탁해 작성한 것이어서 통신비밀보호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제보자가 녹음 대상과 장소를 정하는 등 주도적으로 나서 대화 내용을 녹음했고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하고 있다.
수원=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