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3일내 부산까지 점령한다고?

입력 2013-11-15 17:18

1998년 8월,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을지연습을 맞아 국방부로부터 군사기밀에 가까운 내용의 브리핑을 받았다. “만약 북한이 선제공격해 올 경우 3일 만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60만명가량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입니다.” 국방부가 대북 유화론자인 새 대통령에게 북한의 전쟁수행 능력을 과장해서 보고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김 대통령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 대통령은 이 내용을 자신의 대북 햇볕정책을 정당화하고 홍보하는 데 적극 활용했다. “어떤 이유로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북한을 적절히 도우면서 전쟁 일으키지 말라고 다독이고, 미국에게는 대북 적대정책을 거둬들이라고 설득하는 것이 바로 햇볕정책입니다.”

전쟁에서 초반 3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1950년 6월 25일 기습적으로 남침한 북한은 사흘 만에 서울을 점령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28일 아침 임시수도 대전에서, 서울서 송출되는 북한 아나운서의 라디오 방송을 들어야 했다. 67년 이스라엘이 아랍 국가들을 굴복시킨 ‘6일 전쟁’ 때도 개전 3일 만에 시나이 반도를 장악해 이집트의 항복을 받아냄으로써 승기를 굳혔다.

지난달 11일 최윤희 합참의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이 “북한의 ‘통일대전 시나리오’ 즉 3일 만에 속전속결로 남한 전체를 점령한다는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 후보자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우리의 방위태세로 볼 때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엊그제는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가 “북한이 6·25의 실패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개전 3∼5일 만에 부산까지 점령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대북정보를 분석한 결과 내린 결론이라는데, 미군이 증파되기 전에 전쟁을 끝낸다는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얘기다.

다행히 우리 군 수뇌부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장담하니 일단은 마음이 놓인다. 허언(虛言)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6·25 직전 신성모 당시 국방부 장관은 이런 허언을 하고 다녔다. “우리 국군은 대통령이 공격 명령만 내리면 평양에서 점심, 신의주에서 저녁을 먹게 될 것이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