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고통받는 크리스천 기도] 이만큼 거두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입력 2013-11-15 17:17
“자비하시며 선을 행하시는 아버지 하나님과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 감사를 드립니다. 주님은 우리를 덮으시고 도우시며 인도하시며 받아들이셨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지원하시며 이 시간까지 인도하셨습니다. 전지전능한 우리 주 하나님, 평안 가운데 우리를 인도하여 주소서.”
이집트 콥트교회의 감사 기도문이다. 콥트교회엔 추수감사절 자체가 없다. 이 때문에 감사 기도문은 절기와 상관없이 항상 읽혀진다. 기도문을 읽으면서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확신하며 베푸신 은혜에 감사한다. 이집트 혁명을 겪는 등 격변기를 살고 있는 콥트교회 신자에게 이 감사문은 더욱 간절하다. 한국교회가 올해 11월 17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킨다면, 콥트교회는 감사 기도문을 회중 전체가 낭독한다.
핍박 받는 교회들의 감사
고난 받는 중동·아프리카 지역 크리스천들이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있다. 이들 교회 전통에서는 추수감사절이 없지만 은혜를 베푸신 하나님께 감사를 표시하고 있다. 신앙을 넘어 삶 자체가 위협받고 있지만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지난 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현장에서 만난 콥트교회 이브라힘 세노다(69) 사제는 “신자들은 감사 기도문을 읽으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직접 체험한다”며 “고난 가운데서도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노다 사제는 “교회가 불에 타고 자신들의 집이 공격당했지만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다”며 “신자들의 신앙은 날마다 새로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리아정교회 폴리카푸스 주교도 15일 국민일보에 이메일을 보내와 “시리아정교회에는 추수감사절이 따로 없지만 농업문화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축제 전통이 존재한다”며 “축제들은 시리아정교회 예배 찬양 속에 지금까지 녹아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는 1월에 씨를 뿌리면 5월에 밀과 옥수수 등을 수확한다. 포도는 8월에 추수한다. 폴리카푸스 주교는 “시리아 내전에도 신자들은 이 추수 찬송을 부르고 있다”며 “수확의 계절이 있듯 하나님의 은혜가 시리아에 임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슬람국가 파키스탄 역시 추수감사절은 없다. 하지만 한국 선교사들을 통해 추수감사절 예배가 만들어지고 고난 중에 기뻐하는 기도를 드린다. L선교사는 매년 11월 넷째 주면 추수감사예배를 드린다. 2년 전엔 교인들이 쌀과 콩 감자 양파 과일 등을 가져왔고 형편이 어려운 교인들과 신학생, 목회자들에게 전달했다. L선교사는 추수감사주일 예배에서 신앙생활은 감사로부터 시작된다고 설교한다. L선교사에 따르면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은 성탄절과 부활절을 주로 지킨다. 이는 19세기 영국 식민지의 영향으로 성공회는 추수감사절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L선교사는 이를 안타깝게 여겨 파키스탄에 교회를 세우고 추수감사절을 도입했다.
아프리카의 이슬람공화국 모리타니에서 사역하는 권경숙(53) 선교사는 12월 셋째 주일에 추수감사예배를 드린다고 이메일을 통해 알려왔다. 그는 먹을 것, 입을 것이 없는 가난한 이들이지만 지난 한 해 감사한 일들을 적어 가져오게 한다. 또 찬양과 춤을 추며 평소와는 다른 축제형식의 감사예배를 드린다. 예배 후에는 약간의 음식을 차린 ‘감사 상’을 나누며 곧 있을 성탄절의 기쁨, 다가오는 새해의 소망을 품는다.
초강력 태풍 ‘하이옌’으로 국가적 재난 상태에 처한 필리핀 교회들도 11월 셋째 주나 넷째 주에 추수감사절을 지킨다. 수도 마닐라 북쪽 클락에서 사역 중인 김종국 선교사는 “필리핀 교회는 올해의 경우 태풍피해 이재민 돕기를 위한 모금에 나선다”며 “필리핀 교회 성도들이 자연재해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신앙으로 이겨나가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추수감사절의 유래와 의미
추수감사절은 무교절, 맥추절(칠칠절)과 함께 성경의 3대 절기로 꼽힌다. 초막절이나 성막절로 불리며 1년 중 가장 큰 절기다. 이스라엘의 가을 곡식인 올리브와 포도를 거둬들이고 40년간 광야에서 유랑하던 생활을 기념하기도 한다. 수장절로도 부른다(출 23:16).
한국교회는 1904년부터 추수감사절을 지켰다. 제4회 조선예수교장로회 공의회에서 서경조 장로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다른 교파 선교부와 협의해 날짜를 정하기로 하고 11월 10일을 추수감사절로 정했다. 1914년 각 교파선교부의 회의를 거쳐 미국인 선교사가 처음으로 조선에 입국한 날을 기념한 매년 11월 셋째 주일 후 3일(수요일)을 감사일로 정해 예배를 드리고 헌금을 모아 총회 선교 사업에 쓰기로 했다. 이후 수요일을 주일로 변경해 매년 11월 셋째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지켜왔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11월 넷째 목요일이다. 1620년 영국의 청교도들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號)를 타고 신대륙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엔 겨울이었다. 추위와 식량난으로 첫 해에만 47명이 죽고 말았다. 그런 이들에게 원주민들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옥수수 등 곡물을 가져다주었고 농사법도 가르쳐줬다. 덕분에 청교도들은 이듬해인 1621년부터 곡식을 재배해 추수할 수 있었고, 은혜를 베푼 원주민을 초대해 3일간의 축제를 벌인 것이 추수감사절의 시초가 됐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