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타들 재단 설립 붐] 재능·재산, 사회 환원 스포츠 키즈 꿈도 무럭무럭…
입력 2013-11-15 18:10 수정 2013-11-15 11:10
“그라운드에서 팀과 동료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더 큰 제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그라운드 밖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뛰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축구로 세상이 둥글게 된다면 제가 가진 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네덜란드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재단을 만들어 각 분야 꿈나무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국내외에서 축구를 통해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찾아나서고 있다. 박지성뿐 아니라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기 위해 재단을 만들어 사회 환원에 나서는 스포츠 스타들이 늘고 있다. 자신의 재능과 부로 사회의 그늘진 곳을 밝게 하고,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데 보탬이 되겠다는 것이다. 재단을 만들어 사회와 적극 소통하려는 스포츠 스타들의 문화는 이미 트렌드가 됐다.
#희망을 향해 던지는 ‘박찬호재단’=1990년대 후반 ‘IMF 한파’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을 때 미국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40). 30년간의 선수생활을 마치고 2011년 말 한화에서 은퇴한 박찬호는 요즘 야구 꿈나무를 위해 활동하며 보람찬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찬호는 1997년 ‘박찬호장학재단’을 설립한 이후 지난해까지 300여명의 학생들을 지원했다. 16일에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각 지자체에서 추천받은 17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박찬호는 국내 복귀 때도 계약금 6억원과 한화 구단에 백지 위임한 연봉 2400만원까지 모두 유소년 및 아마 야구를 위해 기부했다. 박찬호는 지난 10월 25일부터 30일까지 공주에서 전국초등학교야구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은퇴 프로야구인 모임인 일구회는 이런 공로를 높이 사 지난 12일 박찬호를 ‘일구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박찬호는 “장학금을 통해 아이들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장학금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대화도 하면서 용기와 희망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지난 9일 경기도 고양시 우리인재원에서 ‘2013 고양시 박찬호 유소년 야구 캠프’를 열었다. 야구 경영과 행정을 공부하고 있는 박찬호는 “야구가 발전하려면 어린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접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며 “후배들도 어린이들을 위해 자신이 받은 것을 환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 세계의 행복을 추구하는 ‘박지성재단’=박지성(32·PSV 에인트호벤)은 2011년 2월 ‘JS 파운데이션’을 설립해 열악한 축구 환경에 놓여 있는 지구촌 곳곳의 단체와 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또 축구를 통해 남과 북 그리고 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에 이바지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JS 파운데이션’의 핵심 사업은 ‘아시안 드림 컵’이다. ‘아시안 드림 컵’은 동남아시아 축구 환경을 개선하고 유소년 축구 꿈나무들을 후원하기 위한 자선 축구대회다. 2011년 베트남에서 시작된 이 대회는 박지성뿐만 아니라 국내외 유명한 축구 스타, 한류 연예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2년 태국에서 개최된 데 이어 올해엔 파트리스 에브라(맨유), 기성용(선덜랜드) 등 잉글랜드 무대를 누비는 스타들이 참여한 가운데 중국 상하이 훙커우 경기장에서 열렸다. 수익금은 중국 쓰촨성 대지진 피해 지역을 돕는 데 쓰였다. 내년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JS 파운데이션’은 축구 종목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꿈나무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박지성은 지난 6월 수원월드컵경기장 컨벤션웨딩홀에서 예체능을 포함한 각 분야에서 선발된 47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지난해엔 14명이 장학금을 받았지만 올해는 혜택을 받은 학생 수가 세 배 이상 늘었다.
박지성은 장학금을 전달한 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런 좋은 일을 하게 됐다. 많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이들의 꿈을 들어올리는 ‘장미란재단’=여자 역도 최중량급(+75㎏)에서 2005, 2006, 2007,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는 등 5년 동안 세계 여자 역도를 지배했던 장미란(30). 그는 2012년 2월 1일 ‘장미란재단’을 설립했다.
지난 1월 은퇴한 장미란은 재단 설립 이유에 대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건 주위 많은 분들의 격려와 관심 덕분이었다. 이제 내가 받은 것을 나누어 줄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장미란재단은 조손가정과 모자가정, 다문화가정 등 어려운 환경에서 스포츠인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꿈나무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드림장학사업’을 하고 있다.
장미란은 지난 6월 7일 울산 삼일여자고등학교 역도부를 방문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했고, 학교폭력을 막기 위한 캠페인 활동도 펼쳤다. 장미란재단의 ‘찾아가는 스포츠 멘토링 교실’은 울산 삼일여고를 시작으로 11월까지 매달 전국의 1개 학교씩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멘토링 교실엔 평소 장미란과 친분이 두터운 수영의 박태환, 배드민턴의 이용대, 펜싱의 남현희 최병철, 태권도의 황경선, 탁구의 유승민,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 체조의 양태영, 유도의 송대남 등이 참여하고 있다.
장 이사장은 지난 8월 남현희 등 스포츠 스타 9명과 함께 비인기 종목 꿈나무 205명을 대상으로 강원도에서 2박3일간 ‘멘토링 캠프’를 열었다. 오는 22일과 23일엔 어려운 환경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600여명의 학생을 위해 ‘찾아가는 운동회’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보은의 샷을 날리는 ‘최경주재단’=독실한 크리스천인 최경주(43·SK텔레콤)는 전남 완도에서 골프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현재 세계적인 골퍼가 됐다.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2007년 각종 상금 등 모은 돈으로 ‘최경주재단’을 설립,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지만 꿈을 키워가는 골프 꿈나무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이들을 미국으로 초청해 레슨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경주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마음껏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꿈의 둥지’ 기금 마련을 위해 지난 14일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최경주재단과 씨티카드가 함께하는 자선 골프대회 및 후원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최경주는 지난 4월 아시아인 최초로 ‘찰리 바틀릿 상’을 받았다. 미국 골프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대표하는 이 상은 협회 초대 회장인 찰리 바틀릿의 이름을 따 1971년 제정됐다. 기부와 자선활동으로 사회에 많은 공헌을 한 프로 골퍼에게 주어진다. 42년간 단 32명만 수상했다.
최경주는 “불우한 환경 때문에 꿈을 펴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생각보다 많고 그들이 좌절하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워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최경주재단은 최근 한국 EMC와 함께 경기도 안산에 ‘꿈길’ 벽화를 그리고 ‘꿈의 도서관’을 개장했다. ‘꿈길’ 벽화는 경기도 안산 팔곡일동에 위치한 팔곡초등학교 인근 담장에 조성됐다. 여섯 번째 ‘꿈의 도서관’은 소외지역 아이들을 위한 ‘행복한아이들지역아동센터’ 안에 들어섰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