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은 사랑, 정준은 우정이라고 했다. 양동근은 지난해 봄 영화를 촬영하고 돌아온 뒤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했고, 결혼했고, 아들 ‘준서’를 얻었다. 영화를 찍는 동안 1979년생 동갑내기 친구 양동근과 한 방을 썼던 정준은 친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고 더 아끼게 됐다고 한다. 카페에 먼저 나타난 양동근은 “기자님, 준이 오기 전에 질문 빨리 해주세요. 준이 오면 제가 말을 못해요(웃음).”
-(웃음)왜 정준씨가 오면 말을 못하세요?
“평소에 인터뷰하면 준이가 다 해요. 준이가 워낙 말을 잘 하고 빨리 해요. 저는 생각도 천천히 하고 말이 아주 느려서요.”
-올해 3월 아들을 얻으셨죠. 축하드려요. 지난해 봄 블랙가스펠 촬영 직후 결혼한 것 같습니다.
“사실 미국 할렘에서 영화를 촬영할 동안 여자친구랑 헤어진 상태였어요. 멀리 떨어져있으니까 여자친구가 더 그립고 보고 싶었고요. 영화 찍으면서 인생의 공허함을 많이 생각했어요. 여자친구는 뮤지컬배우 지망생이었는데 처음부터 절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누가 들으면 코웃음 칠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내라는 십자가를 져야겠다고 결심했고, 프로포즈 했어요.”
-그 선택에 신앙과 같은 내면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 건가요.
“이제 ‘회개 이제 그만 하고 싶다’에서 나온 거에요. 제가 교회에서 예배를 인도하는 자리에 섰는데 제 삶은 매주 회개를 반복하는 거에요. 하나님 앞에 부끄러운 생활을 청산하고 새롭게 하자, 결혼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하나님한테 엄청나게 맞았어요(약간 주눅 든 표정).”
-맞았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저의 모든 부족함을 총체적으로 드러나는 거죠. 성품, 태도, 생활…. 재작년만 해도 혼자 자유롭게 살았는데 이제 다섯 생명을 부양하는 가장이 됐어요. 저, 아내, 아들 거기다 돌아가신 친구 어머니가 물려주신 개 두 마리 로디, 미키까지. 제 삶의 큰 변화죠. 과거엔 혼자니까 없으면 없는 대로 살면 되는데 지금은 무조건 돈을 벌어야 하고 먹어야 해요. 그러기위해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야하고….”
-블랙가스펠 대사 중에 ‘자유’에 관한 이야기가 있는데 신앙 때문에 그걸 포기하게 된 건가요.
“아프리카 노예들이 맨 처음 내린 미 찰스턴항구로 여행가면서 준이랑 대화를 나눴던 건데요. 저는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늘 자유를 갈망했고 그 자유를 갈망하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 보기에게 ‘자유로운 영혼’으로 느끼게 한 것 같아요. 교회에서 ‘자유’ ‘자유’ 하는데 첨에 이해가 잘 안됐어요. 하나님의 안의 자유가 뭘까. 그건 아이러니 아닌가. 그런데 언젠가부터 제가 하나님을 느끼면서 그걸 알게 됐어요. 참 자유라고 할까요.”
이때 정준이 등장했다. 검정색 뿔테 안경에 세미 정장 차림. 이내 대화에 합류했다.
“저는 일정한 틀 안에서 자유를 늘 느꼈다고 말했는데 동근이는 처음에 아무 틀 없이 하나님을 찾았든 것 같아요. 틀이 없는 자유는 어쩌면 방황일 수도 있고요. 믿음이 없으면 두렵고 외롭죠. 근데 믿음 안에서 자유를 동근이도 알게 된 모양이에요.”
-두 사람은 언제부터 친구였나요. 성격이 참 다른 것 같은데 어떻게 친구가 됐어요?
“2008년 군대 있을 때 제가 동근이한테 먼저 전화를 걸었어요. 그 후로 줄곧 친하게 지냈어요. 그래도 영화 찍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합숙까지 하면서. 서로 달라서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전 어릴 때부터 선교사를 꿈꿨고 동근이는 힙합을 했고. 서로 다른 점을 보면서 배우는 것 같아요. 며칠 전에 이 녀석한테 ‘오늘 너와 함께 있어 행복했고 참 고맙다’고 문자를 보냈어요.”
-어떤 점이 고마운가요. 답장은 뭐라고 왔나요.
“동근이는 답장 안하죠(웃음). 원래 그런 거 잘 안하는 거 아니까 답장 기대 않고 문자 보내는 거고요. 극장 시사회 인사 갈 때 동근이가 갑자기 ‘우리 소리 지르면서 무대로 가자’고 돌발 제안을 한다거나 갑자기 농담 해서 마구 웃긴다거나. 그런 게 너무 좋아요. 근래엔 준서 키우는 거 보고 나도 빨리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동근이는 제가 뭘 줘도 아깝지 않은 친구에요.”
-블랙가스펠은 찍을 때 어떤 마음을 가지셨어요?
“(정준)지난 해 미국에서 촬영하는 내내 정신이 없었어요. 거의 24시간 내내 카메라가 돌아갔으니까요. 블랙가스펠은 노예의 삶을 살았던 흑인들의 소울, 삶이에요. 그 삶을 간접 경험했어요. 길거리에서 프리 허그를 하기도 했는데, 그 사람들을 안으면서 삶을, 소울을 느끼고 싶었어요.”
“(동근)두 달 동안 그들의 삶을 체험했다면 그건 과장인 거 같고 ‘간을 봤다’고 할 수 있어요. 영화에 등장하는 위다 하딩 선생같은 분은 우리의 소리가 아니라 영혼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제가 그분한테 영어 이름 지어달라고 했더니 제 이니셜을 YDG에 ‘Young Deliverer for God(신을 향한 젊은 구원자)’라는 멋진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관객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나요.
“(정준)전 문화 선교를 하고 싶어서 영화를 찍었어요. 그런 거죠. 네가 진짜 바울이냐. 그러면 같이 가자. 같이 영화 만들자. 관객들도 같은 마음이면 좋겠어요. 크리스천인가. 그럼 이 영화 보시라고.”
“(동근)교회로 데리고 가기 힘든 사람들 극장으로 데려가면 되요. 이 영화를 보고 교회 가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전도하고 싶은데 교회로 데려가기 힘든 사람들 이번에 극장 데려가세요.”
인터뷰 후 양동근은 정준에게 물었다. “너 저녁 때 뭐하냐. 나랑 같이 만화영화 ‘사이비’ 보러 갈래?” 정준은 “그래 같이 가자.” 둘은 카페를 총총 나섰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