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능 강화’ 파장] 특목고생 싹쓸이 전략…‘外高 광풍’ 재연 우려
입력 2013-11-14 22:37 수정 2013-11-15 00:33
서울대가 내년부터 정시모집 논술고사를 없애고 수능 성적 비중을 크게 강화키로 하면서 수시 중심의 현 입시제도는 다시 요동치게 됐다. 문과생의 의·치대 교차지원까지 허용해 외국어고·국제고 등 특목고생의 서울대 의·치대 진학 문이 열렸다. 내신에서 불리한 특목고생에게 여러모로 유리한 조건을 갖춰준 셈이다. 벌써 특목고 진학 광풍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능 중시, 교차지원 확대…우수 특목고생 싹쓸이 전략=서울대가 매년 꾸준히 늘려온 수시모집 인원을 줄이는 대신 정시모집 비중(17.4%→24.6%)을 늘린 것은 수시에서 뽑지 못하는 성적 우수 학생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묘수’로 풀이된다. 정시모집에서 논술 학생부 등 학력 외적 요소를 사실상 배제하고 수능 점수만으로 선발하겠다는 의도 역시 특목고 학생들을 타깃으로 한 조치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그동안 특목고 수험생들은 수능을 잘 봐도 내신이 불리해 연세대 고려대에 주로 갔는데 내년부터는 이들이 서울대에 대거 합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1994년 수능 체제 도입 이래 처음으로 문과생에게 의·치·수의예과 문호를 개방한 것도 외국어고와 국제고 등 최상위권 문과생을 유치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서울대의 의·치·수의예과 교차지원 허용은 융합교육의 명분을 띠면서 그동안 연·고대의 특기자전형에 빼앗겼던 ‘문과 특목고’ 학생들을 다시 유치하려는 노림수”라며 “문과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의대 지원은 의대 합격선 상승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교육부가 금지하고 있는 외국어고의 ‘의대 입시반’ 편법 운영이나, 중학교부터 외국어고 입시 광풍이 일어나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전형 시기 빠른 ‘가’군서 우수학생 선점 노려…대학들 ‘도미노’ 이동 전망=오랫동안 유지해온 정시모집 나군에서 가군으로의 이동 역시 그동안 가군에서 우수학생을 선점해온 연·고대에 대한 견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나군 모집은 가군에 비해 일주일 이상 일정이 늦어진다. 입시 전문가들은 “다른 대학보다 먼저 우수학생을 뽑으려는 의도”라며 “서울대가 다른 대학보다 입시일정이 느린 나군에 있다는 자존심 문제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의 모집군 이동으로 연·고대를 비롯해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 등 주요 상위권 대학들 역시 모집군 이동을 확정하거나 전향적으로 검토 중이다. 배영찬 한양대 입학처장은 14일 “모집군 이동은 현재 원론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사항 중 하나”라며 “서울대 이동이 확정적이라면 학생들에게 (좀 더 많은) 대학 선택 권리를 주기 위해 한양대 역시 옮겨야 할 상황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