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장 판매 앞둔 ‘엑소’ 음반 ‘밀리언셀러’ 전략은

입력 2013-11-14 18:36


오빠들 사진 다 모으려면 앨범 12장 사야

음반 시장이 사양산업이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0년대만 해도 매년 100만장 넘는 판매고를 올리는 ‘밀리언셀러 가수’가 수두룩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상황이 급변했다. 음반의 자리를 디지털 음원이 꿰차면서 가요계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아이돌 그룹의 음반 판매량이 가요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SM)가 만든 12인조 그룹 엑소가 그 주인공이다. 14일 음반 판매 집계 사이트인 가온차트에 따르면 엑소가 지난 6월 발표한 정규 1집 ‘엑소엑소(XOXO)’의 판매량은 93만장(11월 첫째 주 기준)에 달하고 있다. 꾸준히 앨범이 팔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음반은 2001년 김건모 7집(139만장) 이후 12년 만에 탄생하는 밀리언셀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엑소는 어떻게 이러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일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음반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큰 힘을 발휘한 SM의 갖가지 전략과 엑소의 강력한 팬덤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팬 사인회다. SM은 음반을 구매한 팬들을 상대로 추첨을 통해 사인회에 올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곤 했다. 이러한 ‘이벤트’가 음반 사재기로 이어진 건 불문가지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위치한 음반매장 핫트랙스 관계자는 “사인회 응모가 시작되면 한 사람이 100장씩 음반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SM은 엑소의 1집 발매를 기념해 총 29번이나 사인회를 열었다.

음반에 동봉된 엑소 멤버들의 ‘포토 카드’도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SM은 엑소의 음반 안에 멤버 12명 중 1명의 사진만 동봉했다. 이 때문에 팬들 중엔 12명의 사진을 모두 모으기 위해 음반을 여러 장 사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엑소 1집이 밀리언셀러 등극을 눈앞에 두게 된 데는 중국 팬들의 ‘파워’도 빼놓을 수 없다. SM은 엑소를 데뷔(지난해 4월) 당시부터 한국어로 노래하는 엑소-K(6인조), 중국어 노래를 부르는 엑소-M(6인조)으로 나눠 무대에 세우곤 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시장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러한 전략으로 인해 엑소는 중국에서도 현재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7월 엑소의 중국 팬클럽 중 한 곳은 음반 1000여장을 구매한 영수증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엑소의 음반 판매량은 팬덤에 기댄 수치인만큼 실질적인 수치를 100만장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000년대 중후반 큰 인기를 모은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도 이 정도의 판매고를 올리진 못 했다”며 “엑소 1집이 100만장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는 건 K팝의 힘이 아시아 시장 전체로 커지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