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 수렁’… 가입자 예상보다 훨씬 못미쳐 홈페이지 오작동 여전
입력 2013-11-14 18:26 수정 2013-11-14 22:4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오바마케어 수렁’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부터 사전 등록이 시작된 새 건강보험제도인 오바마케어가 홈페이지 오작동과 기존 건강보험 가입자 무더기 계약 취소 등으로 첫 단추부터 잘못 꿰이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보건후생부(HHS)는 13일(현지시간) 등록 첫 달인 10월 오바마케어 가입자 수가 당초 목표치에 훨씬 못 미치는 10만618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10만여명 중에는 보험가입비 결제를 마치지 않은 사람도 포함돼 있어 실제로 결제까지 완료한 최종 가입자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보험회사들은 기존 약식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보험 계약을 무더기로 취소하고 있다. 기존 보험료로는 포괄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없으므로 비싼 보험을 다시 들거나 오바마케어 보험에 가입하라는 주문이다. 현재까지 200만명 정도가 기존 보험을 취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보험자가 보험 계약을 취소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한 오바마는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했다.
게다가 홈페이지 오작동 문제 해결이 이달 말까지도 해결되지 않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백악관은 홈페이지 오작동이 이달 말까지 완전히 해결될 것이라고 공언해 왔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 행정부 내부에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오바마케어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이 증폭되자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에는 비상이 걸렸다. 지역구의 ‘흉흉한’ 민심을 확인한 상·하원의 민주당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오바마케어 해법에 반기를 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의 프레드 업톤(미시간)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존 보험 가입자들이 오바마케어로 갈아타지 않아도 내년까지 벌금을 물리지 않도록 하는 이 법안은 15일 하원 투표가 예정돼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백악관이 입장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WP는 집권 2기에 들어 많은 역대 대통령들이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현재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과 재집권에 성공한 것은 그의 정직성과 신뢰 때문인데 오바마케어 등으로 이 ‘가치’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WP는 빌 클린턴, 로널드 레이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를 비교하며 오바마가 세계 금융위기 등으로 37%의 낮은 지지율로 임기를 마친 부시 전 대통령의 지지율 궤적을 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