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제명 노래비·순종황제 어가길… 대구지역 기념사업 親日 논란
입력 2013-11-14 18:24
대구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각종 기념사업들이 친일·일제잔재 논란을 빚고 있다. 기념 대상의 업적과 역사성을 기념해야 한다는 측과 일제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4일 대구 중구 등에 따르면 대구 중구문화원이 지역 출신 작곡가 현제명(1902∼60)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노래비 건립을 추진 중이다.
중구문화원은 현제명이 ‘고향 생각’ ‘희망의 나라’ 등을 작곡하는 등 한국 음악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예술인이라는 점을 들어 ‘그 집 앞’ 노래비를 세울 예정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현제명의 친일 행적을 문제 삼고 있다. 이들은 현제명이 일본 찬양곡을 작곡하고, 일본의 대동아제국 건설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친일 인물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당초 노래비 장소를 대구 동산의료원 내 동산으로 정하려다 거센 반대에 부딪친 것도 이런 친일 행적 때문이다. 동산은 3·1만세길과 이어져 있는 대구 독립운동의 성지다.
이에 중구문화원은 노래비에 현제명의 악보와 노래가사만 새겨 넣기로 방침을 정했으며, 노래비를 세울 장소도 오는 19일 회의를 통해 다시 결정할 예정이다.
대구 중구가 추진 중인 ‘순종황제 어가길’ 사업도 일제잔재 논란에 휩싸였다. 중구는 1909년 1월 대한제국 순종 황제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와 함께 대구를 방문해 북성로를 지난 길을 관광자원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행차는 일본이 조선을 보호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이토의 계략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역사적 해석이다. 굴욕적인 역사를 굳이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구 측은 “아픈 역사도 역사이기 때문에 충분히 보존할 가치가 있다”며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대구 달성군의 ‘개청 100주년 사업’도 일제잔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914년 3월 1일 대구부 외곽 16개 면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출범한 달성군은 내년이 개청 100주년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와 기념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달성군의 개청 100주년은 일제의 조선총독부에 의한 지방행정구역 개편 100주년이기 때문에 일제의 흔적을 고스란히 기념하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