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 쇼크 75억원+α’ 빅3 “그럼 우리도” FA대란 예고

입력 2013-11-15 05:49


‘75억 잭팟’이 터지면서 한국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강민호(28)가 13일 2013 FA 1호 계약에서 롯데와 계약금 35억원, 연봉 10억 원 등 4년 총액 75억원에 계약을 하면서 부러움과 시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애초부터 강민호의 롯데 잔류 가능성은 매우 컸다. 하지만 정작 75억원이란 금액으로 확정되자 야구계 안팎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FA 1명에 지불하는 몸값으론 ‘과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FA시장 질서가 크게 흔들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당장 이번 FA 시장에서 계약을 맺어야 할 또 다른 대어급들은 강민호의 75억원을 마지노선으로 걸고 구단에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FA 몸값 100억원 시대를 열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강민호의 계약이 FA 시장에서 이들의 몸값 폭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적지않다. 투수 최대어로 꼽히는 장원삼(30·삼성)을 비롯해 정근우(31·SK), 이용규(28·KIA)가 포함된 FA 빅3, 한국시리즈를 빛냈던 박한이(34·삼성), 최준석(30·두산) 등 15명이 눈을 부릅뜨고 있다.

“최고 레벨 대우를 받고 싶다”고 밝힌 SK 정근우도 구단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좌완 선발의 희소성을 가진 장원삼은 삼성 잔류가 유력하지만 욕심을 더 내는 눈치다. 이용규 역시 지난해 김주찬이 받은 50억원 이상을 원하는 눈초리다. 이밖에 박한이, 이종욱, 최준석 등도 강민호 효과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야구단의 1년 예산은 약 300억∼400억원이다. FA 몸값이 올라갈수록 다른 선수, 혹은 다른 분야에 투자될 비용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FA에게 50억∼60억원을 쓰느니 그 돈을 2군, 유망주 육성에 적절히 분산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구단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강민호가 초대박을 터트리기 하루 전인 12일 씁쓸한 소식이 전해졌다. FA 신청을 포기한 LG 트윈스의 내야수 김일경(35)이 17년간의 선수 생활을 접고 은퇴를 선언했다. 김일경은 “김기태 감독님이 다시 생각하라고 했지만 은퇴해야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다”면서 “LG에서 두 시즌을 보내면서 팀에 도움이 많이 되지 못해 미안하고 후배들에게 힘들 때도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야구계 일각에서는 FA 1명의 몸값이 지금보다 더 올라가면 구단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고 공멸 가능성마저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도입될 외국인선수 보유한도 확대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액은 30만 달러(약 3억2000만원) 정도여서 FA에게 거액을 투자하는 것보다 저비용 고효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구협회 관계자는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식 FA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면서 “일본이나 미국 방식의 FA 등급제에 따른 보상규정 차별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