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억 이상 기업 임원 명단 공개 때 스톡옵션 등 ‘숨겨진 보수’ 낱낱이 밝힌다

입력 2013-11-14 18:10 수정 2013-11-14 22:09


내년부터 5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기업체 등기임원(이사·감사)의 보수 내용이 상세하게 공개된다. 기업은 고액연봉 임원들이 실제로 받은 보수는 물론 아직 현금화하지 않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등 세법상 인정되는 모든 급여를 공개해야 한다. 비정상적인 고액 보수 지급 관행을 개선하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의 임원 개인 보수의 범위와 산정방식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연간 보수가 5억원 이상인 임원의 개인 보수를 공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9일부터 시행되는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는 임원진 전체에게 지급된 보수의 총액만 공개됐지만, 앞으로는 개인별 보수 내역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이번 조치로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나 LG그룹 구본무 회장 등 등기임원인 그룹 총수들의 구체적인 보수도 알 수 있게 됐다.

등기임원 보수 공개 의무가 생긴 기업은 상장사와 증권 공모실적이 있는 기업, 외감대상법인 중 증권소유자가 500인 이상인 기업 등으로 지난 4월 기준 약 2050곳이다.

이들은 이달 29일 이후부터 작성하는 사업보고서나 분·반기 보고서에 임원 개인별 보수를 적어 올려야 한다. 사업보고서는 사업연도 경과 후 90일 이내, 분·반기 보고서는 분·반기 경과 후 45일 이내에 제출한다.

이에 따라 12월 결산법인의 등기임원 개인 보수는 내년 3월부터 공개된다. 보고서들은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의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려지므로 일반인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보수를 공개해야 하는 임원은 연간 5억원 이상의 보수가 지급된 등기임원이다. 공개 대상 보수는 급여·상여·퇴직금·퇴직위로금 등 세법상 인정되는 모든 급부와 주식매수선택권 등 행사이익이며, 이들은 항목별로 꼼꼼히 표시돼야 한다. 예를 들어 총 보수가 15억원일 때 급여 5억원, 상여금 5억원, 퇴직소득 5억원 등으로 구분 기재하는 식이다. 퇴직 위로금 명목으로 거액 보수를 일거에 지급, 보수 공개를 회피하는 꼼수에 대한 예방책도 마련됐다. 해당 사업연도에 퇴임한 임원까지 정보를 공개토록 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이달 하순 금감원 규정인 ‘기업공시서식작성기준’을 개정하고, 29일부터 변경된 제도를 시행한다. 사업보고서 허위 기재 사실이 적발되면 엄격히 제재할 방침이다.

금융위 서태종 자본시장국장은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일부기업의 임원에 대한 비정상적인 고액보수 지급관행이 개선됨으로써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제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등기임원이 아닌 재벌 총수는 보수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한계를 지적한다.

재계는 등기임원 보수 공개 시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을 지급하거나,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는 효율적 경영 시스템을 추진하는 데 제약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