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서비스 업종까지… 위기의 전경련 회원사 범위 확대키로
입력 2013-11-14 18:09 수정 2013-11-15 00:37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기업과 제조업 중심의 기존 회원사 범위를 중견기업과 서비스업으로 확대한다. 대기업 회장들의 유고와 불참으로 회장단 회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위기에 봉착하자 외연확대라는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이다.
전경련은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올해 마지막 회장단 회의를 열었다. 회장단은 회원그룹을 확대하고 사회공헌 사업 등을 강화하는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50대 기업집단 소속 기업 중 규모와 업종을 고려해 회장단 추가 영입을 검토키로 했다. 전경련 박찬호 전무는 “회원사 의견을 수렴한 결과 ‘전경련이 대기업만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뢰받는 경제단체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전경련 설립 취지에 맞는 기업이라면 중견기업이라도 선별적으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일단 30대 그룹 중 회장단에 포함돼 있지 않은 15개 그룹을 대상으로 먼저 회장단 합류 의사를 타진한 다음, 업종과 규모 등을 따져 중견기업 총수도 영입키로 했다. 미래에셋, 대성, 세아제강, 교보생명 등이 후보기업으로 거론된다. 현재 전경련 회원사가 아닌 NHN, 다음, 셀트리온, 서울반도체 등을 추후 회원사로 가입시킬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그동안 두 차례 열렸던 사장단 회의도 앞으로는 회장단 회의에 앞서 개최하는 것으로 상설화된다. 오피니언 리더와 국민을 대상으로 기업에 대한 인식개선 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이 같은 전경련의 외연확대와 체질개선 추진은 현재의 위기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급부상한 경제민주화, 동반성장 등 시대 논리에 전경련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전경련 ‘무용론’ ‘해체론’이 비등했다. 또 경영위기와 재벌그룹 회장들의 신상 문제가 잇달아 터지면서 결국 스스로 ‘메스’를 가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실제 전경련의 이날 회장단 회의도 참석률이 저조해 ‘반쪽 회의’에도 못 미쳤다. 참석자는 GS그룹 회장이기도 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이승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 등 7명에 불과했다. 전체 회장단 21명 중 3분의 1만 참석한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해외출장 등 개인 일정으로 불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재판을 받고 있다. 경영 위기에 빠진 강덕수 STX그룹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은 이후 전경련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최근 사퇴 논란을 겪은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불참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류진 풍산 회장 등도 나오지 않았다. 전경련 회장단 회의는 지난 9월에도 7명만 참석하는 등 올 들어 한 차례도 참석자가 10명을 넘지 못했다.
전경련의 움직임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시선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대한상의와 회원사가 겹치지 않겠나”라며 “전경련은 본래 설립 취지대로 대기업 위주로 운영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편 전경련 회장단은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들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며 “얼어붙은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 관련 법, 서비스산업육성법 등을 우선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걸려있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관광진흥법 등도 빠른 통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