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파 옐런 효과… 국내 경제 청신호
입력 2013-11-14 18:04 수정 2013-11-14 22:16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자인 재닛 옐런 현 부의장이 양적완화 정책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하면서 우리 경제에도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강력한 비둘기파인 옐런 부의장이 의장 자리에 오르면 발을 빼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되돌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옐런 부의장은 13일(현지시간) 미리 공개한 상원 인준청문회 모두 발언문에서 연내 양적완화 유지를 기정사실화했다. 그가 양적완화 유지를 확언한 건 글로벌 시장 참가자들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연준 내부에서조차 양적완화 축소의 기준인 실업률을 기존 6.5%에서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조기 출구전략에 따른 경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초 연준 내에서는 실업률이 6.5% 아래로 내려가면 출구전략을 시작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7일 연준 소속 경제학자들은 실업률 수치가 5.5% 수준이나 그 밑으로 떨어질 때 양적완화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놨다. 이와 관련, 잰 하치어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객들에 보내는 메모에서 실업률 기준이 6%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시장금리와 채권금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미 연준 의장 지명자가 출구전략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주자 각국의 증시는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와 금리 부문에서도 옐런 부의장이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특히 코스피 2050선에서 매도세로 전환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 폭을 다시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연설문에 나타난 옐런의 입장은 외국인의 시각을 다시 긍정적으로 돌려놓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포감이 생기던 우리 시장에 안도 여지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종료를 꺼내며 슬그머니 오르던 채권금리도 안정세를 찾을 전망이다. 이슬비 교보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언급된 이후 미국 시장금리 등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옐런 부의장의 확언 덕에 시장금리가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우리나라의 저성장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리상승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었다”며 “옐런 부의장이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만큼 금리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은 매우 작고 우리 경제에 변수가 될 가능성도 낮아졌다”고 전망했다.
다만 양적완화 축소가 미뤄지는 것은 곧 경기회복이 느려지는 만큼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업률이 높다는 건 그만큼 미 경기회복이 더디다는 뜻”이라며 “상황을 무조건 좋게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