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총재 “경상수지 흑자는 원화 저평가 때문 아니다”

입력 2013-11-14 18:04 수정 2013-11-14 22:16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한국이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환율 때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경상수지 흑자 폭을 늘리기 위해 한국 정부가 환율시장에 개입했다는 미국 재무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경상흑자 대부분은 신흥경제권에서 온 것이고 미국, 유럽, 일본만 놓고 보면 수지가 적자”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환율을 저평가해 흑자를 낸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미국·유럽·일본 3개 경제권에 대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 중이다.

김 총재는 이어 “(환율 같은 가격 효과로 흑자가 났다면) 모든 산업에 적용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반도체, 휴대전화 등 특정 부문 중심으로 흑자가 났고 이는 비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원유 가격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것도 경상수지 흑자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현재의 환율 수준과 관련해서는 “시장과 괴리가 없다고 본다”면서 적정한 수준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반기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경상수지 흑자 폭을 늘리기 위해 환율시장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며 시장 개입 자제를 요구했다. 특히 “원화가 경제 기초 여건보다 2∼8% 저평가돼 있다”며 원화 강세를 더 용인할 것을 촉구해 우리 외환당국을 긴장시켰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지난 9월까지 20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었으며 올해만 이미 487억90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인 63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설비투자와 관련, 김 총재는 “전월대비 지난 8월에는 -0.1%, 9월에도 -4.1%였다”며 “10월은 적어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고 폭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로 IT부문을 중심으로 10월 설비투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총재는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주택 매매가에 대해서는 “주택시장이 세법 개정 등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정착될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동결키로 했다. 올 들어 기준금리는 지난 5월 연 2.75%에서 2.5%로 인하된 이후 6개월째 동결됐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