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사유의 경치 Ⅱ
입력 2013-11-14 18:07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작업하는 임동식 작가의 그림 제목은 서술적이다. ‘친구 정군이 권유한 바람 쐬는 날’ ‘오름길 정상에서 나무꾼을 바라보다’ ‘친구가 권유한 쌍 버드나무 보이는 풍경’…. 홍익대와 독일 국립함부르크미술대학을 나온 작가는 고향으로 돌아가 야외미술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전 작업이 자연을 벗 삼은 자신의 활동에 대한 기록물이었다면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은 타인의 시각과 감성으로 선택된 풍경이다.
‘귀농’을 주제로 한 두 작품이 대조적이다. 귀농을 꿈꾸는 자는 거친 들을 무겁게 바라보며 고뇌하지만(귀농전년), 다음해 씨를 뿌려 싹으로 뒤덮인 들판을 응시하는 자의 어깨는 희망으로 한결 가볍다(귀농당년·사진). 맑고 순수한 동화 같은 그림에는 자연 속에서 행복해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사람들이 작품을 통해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보고 읽고 듣는 이의 삶을 움직이는 예술의 위대한 힘이 아닐까.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