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 모임 녹음파일 원본 일부 삭제… 왜곡은 안해”… 이석기 ‘내란음모’ 2차 공판
입력 2013-11-14 18:00 수정 2013-11-14 22:37
‘내란음모 사건’의 핵심 증거인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모임의 녹음파일 녹취록을 작성한 국가정보원 직원이 녹취록의 편집 등 왜곡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녹음원본 파일은 일부 삭제했다고 밝혀 증거 채택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14일 오전 10시 열린 2차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직원 A씨는 “제보자가 녹음한 내용을 듣고 그대로 녹취록을 작성했다”며 RO 모임의 녹음파일 입수 배경과 녹취록 작성 경위에 대해 증언했다.
A씨는 이 사건 제보자로부터 2011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RO 모임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47개를 넘겨받아 12개 녹취록을 작성한 수사관이다. 그는 “녹음파일을 외장하드나 다른 컴퓨터로 옮긴 뒤 지워 일부 원본은 남아 있지 않지만 편집이나 수정을 어떻게 하는지 모를 뿐더러 녹음기에는 편집·수정 기능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임의제출 받은 파일은 제보자가 일시·대상·장소 등을 스스로 결정해 녹음한 뒤 자진해 제출한 것”이라며 “녹취록 작성 뒤에는 제보자가 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보자에 대한 대가성을 묻는 질문에서는 “제보자에게 교통·숙박비 등 실비 정도를 제공했지만 다른 지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A씨에 대한 심문은 신분노출을 막기 위해 국정원 직원법에 따라 증인석과 방청석 사이에 임시로 가림막을 설치한 채 진행됐다.
하지만 변호인단 측은 재판 후 “녹취파일 원본이 일부 삭제된 데다 원본의 해시값(Hash Value·요약함수) 산출 당시 신뢰할 만한 참여인이 없어 사본을 증거로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시값이란 디지털 증거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위해 파일 특성을 축약한 암호 같은 수치로, 수사과정에서 ‘디지털 증거의 지문’으로 통한다.
앞서 국정원과 검찰은 오전 7시쯤 내란음모 등 혐의로 통합진보당 관련 업체 사무실 6곳과 직원 22명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로 인해 변호인단 일부가 현장으로 달려가 이날 공판에는 김칠준 변호인 등 5명만 참석했다. 증인심문에 앞서 변호인단은 모두진술을 통해 압수수색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석기 의원 등 피고인 7명은 첫 공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와 재판 도중 간간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2차 공판은 1차 때와 달리 차분하게 진행됐다. 오전 10시 110호 법정에는 일반 방청객 26석 가운데 단 9석만 찼고 점심 휴정 때까지도 26석 중 10여석은 텅 비어 있었다. 1차 공판 당시 법원 앞 인도를 점령했던 보수·진보단체 회원들의 대치도 없었다.
수원=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