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선정수] 시간제 일자리의 허와 실

입력 2013-11-15 05:20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추진계획’을 보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 눈에 띈다. 정부는 “공정한 인사와 처우를 위해 시간선택제 공무원에 대한 겸직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 공무원연금 적용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무원 연금 적용은 그렇다 쳐도 겸직 허용이 공정한 인사 및 처우와 무슨 상관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실상은 이렇다. 정부가 추진하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투잡’을 구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곤란한 일자리라는 것이다. 공무원보수규정이 정한 9급 공무원의 1호봉은 120만3500원이다. 정부는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임금은 근로시간에 비례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4시간 일하는 시간제 공무원의 월급은 정규직 공무원의 절반인 60만1750원이 된다. 안전행정부는 이런 보수 수준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보수 산정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시간선택제 근로자가 승진 등 인사에서도 근로시간에 비례해 차별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공공부문에서 시간선택제로 채용된 인원이 전일제로 전환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어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간부로 승진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직급별 최저승진 소요기간을 살펴봐도 하루 근무시간의 절반만 일하는 시간선택제들은 전일제보다 배의 기간이 필요하다. 시간선택제 9급이 7급으로 승진하려면 최소 14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이것도 모든 승진심사를 단번에 통과하는 초고속 승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박근혜정부는 기본적 근로조건이 보장되고 차별이 없는 개인의 자발적 수요에 맞춘 일자리가 시간선택제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부 발표를 보면 ‘철밥통’이라고 부르는 공공부문의 시간제 일자리조차도 열악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삼성그룹이 6000명을 채용하겠다며 같은 날 발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2년 계약직으로 뽑을 예정이다. 이 역시 성과가 좋으면 재계약한다고 하지만 현재 시간제 계약직은 노동시장에서 가장 불안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선정수 경제부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