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치대 문과생도 갈 수 있다
입력 2013-11-14 17:58
서울대가 내년 실시되는 2015학년도 입시부터 논술고사를 폐지한다. 정시 모집군도 현재 고려대·연세대 등이 속한 가군으로 바꾸기로 했다. 서울대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다른 대학들의 입시 전형에도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대, 논술 없애고 가군으로=서울대는 14일 오후 학사위원회를 열어 2015학년도 대학입학전형안을 확정했다. 모두 3135명을 뽑으며 정시모집에서 2014학년도보다 7.2% 늘어난 771명(24.6%)을 선발한다. 정시모집은 기존 2단계 전형요소였던 논술고사와 면접을 폐지하고 수능만으로 선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정시모집 단계가 단순화되면서 입학 전형 절차가 2월에 끝나는 나군에 굳이 머물러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서울대의 설명이다.
문·이과 교차지원 범위도 수의과대학 수의예과, 의과대학 의예과, 치의학대학원 치의학과로 넓어진다. 전체 모집정원의 78.8%가 수능 선택 영역에 따른 계열 구분과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수시모집 정원 외 기회균형선발전형Ⅰ과 정시모집 기회균형선발전형Ⅱ의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폐지된다.
◇판도 흔들리는 2015학년도 정시모집=서울대가 정시모집의 판도를 뒤흔들 만한 카드를 던지면서 실리와 자존심을 모두 챙기려는 대학들의 치열한 눈치싸움도 시작됐다. 서울대의 모집군 이동으로 고려대·연세대·한양대·서강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모집군 이동을 확정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배영찬 한양대 입학처장은 14일 “모집군 이동은 현재 원론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사항들 중 하나”라며 “서울대 이동이 확정적이라면 학생들에게 (좀 더 많은) 대학 선택 권리를 주기 위해 한양대 역시 옮겨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2015학년도 입시계획을 확정해 등록하는 15일을 이틀 앞두고 갑작스레 군 이동에 논술 폐지까지 발표하는 것은 서울대만이 할 수 있는 갑(甲)의 횡포”라며 “우리 대학 역시 우수한 학생들을 확보하면서도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들의 도미노 모집군 이동이 기정사실화되면서 2015학년도 입시를 치르는 현 고교 2학년 학생들도 혼란에 빠졌다. 현재 가군에서 고려대나 연세대에 지원하고 나군에서 서울대에 지원하는 게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일반적인 정시모집 지원 전략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대학들의 모집군 변화로 2015학년도 정시 체제의 근간이 흔들리면서 올해에 이어 ‘깜깜이 입시’가 또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 배화여고 2학년 김모(17·여)양은 “수험생들이 쓸 수 있는 ‘정시 3번’이란 카드는 정말 중요한 기회”라며 “대학들의 이기심이나 자존심 때문에 학생들의 대학 선택권과 예측 가능성이 침해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현 정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