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미래 성장엔진 찾아라

입력 2013-11-14 17:57 수정 2013-11-14 22:20


지난 6일 서울에서 열린 ‘삼성 애널리스트 데이’에 국내외 투자분석가들이 모여들었다. 8년 만에 열린 행사에서 시장의 눈과 귀는 대한민국 1위 기업 삼성전자의 비전, 즉 미래에 쏠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01조1100억원에 영업이익 29조4700억원, 올 3분기 영업이익 10조1600억원을 기록한 ‘IT·전자 공룡’이다. 하지만 시장을 선도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달고 산다. 미래 성장엔진이 모호해 앞으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미래에 대한 고민’은 비단 삼성전자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 기업의 성장엔진은 차츰 식고 있다. 남을 쫓아가는 ‘추격자’(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따라 할 대상이 없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반면 중국을 비롯한 경쟁자의 추격은 매섭다. 선진국 기업은 빠른 속도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2003년 6.39%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11%까지 추락했다. 10년 만에 2% 포인트 넘게 이익이 줄었다. 매출은 늘고 있지만 막상 손에 쥐는 돈은 적어지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주력 엔진인 제조업 상황도 마찬가지다. 2003년 6.87%에 이르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13%까지 떨어졌다.

수익성 악화는 현금창출 능력 약화와 부채비율 상승, 새로운 사업투자 지체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설비투자는 눈에 띄게 활력을 잃고 있다. 1980∼90년대 10∼20%를 오르내리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0년대 들어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심지어 2003년과 2008년, 2009년,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설비투자가 줄어들기까지 했다.

지난해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 든 우리 기업은 13개에 불과하다. 중국은 73개, 일본은 68개에 이른다. 2011년 기준으로 세계 수출시장점유율 1위 품목 수는 61개(15위)에 그쳐 중국(1431개·1위)이나 일본(229개·5위)에 한참 뒤처진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이 처한 현실을 ‘아노미(혼돈)’라고 진단한다. 태양광, 바이오·헬스케어, 전기자동차 등 미래 성장엔진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계 관계자는 “아이디어, 기술, 학문을 융합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라며 “정부와 기업, 학계가 함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찬희 노용택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