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무당국, 개인 금융정보 오·남용 안 된다

입력 2013-11-14 17:29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보유한 개인과 기업의 금융거래 내역 정보를 국세청과 관세청이 기존보다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특정 금융거래 정보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FIU법)’이 14일부터 시행됐다. 세무당국은 세금 탈루 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업무와 세금 체납자에 대한 징수업무를 할 때에도 FIU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 금융기관이 FIU에 보고해야 하는 의심거래정보 한도액(1000만원 이상)을 폐지함으로써 세무당국의 불법재산 추적 작업이 종전보다 수월하게 됐다.

이 법은 세무당국이 FIU가 보유한 2000만원 이상 고액 현금거래 정보를 직접 열람하게 하려는 원안보다는 축소됐다. 세무당국에 자료를 넘길 때 심의를 거치도록 정보분석심의위원회를 신설하고 고액 현금거래 정보를 세무당국에 제공할 경우 1년 이내에 그 내용을 당사자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세무당국에 정보가 집중되면 국민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야당 주장을 여당이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FIU법의 시행으로 대기업과 대자산가, 고소득 자영업자, 역외탈세범, 민생침해사범이 자행하는 세금 탈루·체납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과세 형평과 조세 정의를 확립하고 추가로 걷히는 세금을 복지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도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국세청의 FIU 정보 활용을 통한 세입 증대 효과는 5년간 1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추정한다.

세무당국은 복지재원을 마련하려고 과도하게 수립한 세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FIU 정보를 오·남용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조세 정의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사생활 보호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공직자의 재산등록 범위를 확대하는 추세에 맞춰 FIU 정보 제공 범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위 공직자와 공기업 임직원, 특정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대하라는 것이 아니라 공직사회의 청렴도를 제고하고 부정부패 사슬을 끊기 위해 고려할 만한 조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