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높은 번역작업 이뤄져야 한국문학의 세계화 가능” 런던 북페어 책임자들 한목소리

입력 2013-11-14 17:32 수정 2013-11-14 22:51


한국 문학의 세계화가 화두로 대두된 가운데 내년 4월 열리는 영국 ‘런던 북페어’의 주빈국으로 한국이 선정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과 더불어 유럽의 양대 도서전으로 불리는 런던 북페어는 특히 영어문화권 국가들의 관심이 크다. 런던 북페어의 주빈국 프로그램 총책임자 에이미 웹스터와 영국문화원의 문학·출판 책임자 코티나 버틀러, 펭귄 출판사의 조안나 프라이어 이사를 지난달 30일 런던 현지에서 만났다. 이들은 하나같이 “영어 문화권에서는 비영어 문화권의 문학에 관심이 많지 않다”며 “수준 높은 영어 번역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한 해 발간되는 비영어 출판물은 3%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웹스터씨는 “워낙 영어로 쓰인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언어로 출판된 책에 대해서는 편집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어권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번역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지 출판사가 먼저 한국 작품에 관심을 갖고 영어 번역 작업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프라이어씨도 “펭귄 출판사만 해도 비영어권 국가의 책을 출판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했다. 펭귄 출판사는 지난 6월 미국 랜덤하우스와 합병해 전 세계 출판물의 4분의 1을 생산해내는 출판 거물이다.

두 사람은 한국 작가들이 노벨상 수상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지만 수상 작가가 나온다면 분명 한국 문학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터키의 오르한 파묵이나 중국의 모옌이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면서 해당 국가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를 계기로 펭귄 출판사에서도 관련 책들의 출간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작가들의 프로필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양한 수상 이력이 있는 작가일수록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인 고은이나 소설가 신경숙과 같은 작가들이 일부 알려지긴 했지만 이들의 프로필과 작품 세계를 제대로 소개할 수 있는 영어 홍보물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매스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버틀러씨는 “책을 읽는 데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것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며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애니메이션으로 소개된 뒤 펭귄 출판사를 통해 미국에 동화책 발간이 확정된 사례를 잘 참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해 한국 출판사 및 번역 관계자 등을 만난다. 웹스터씨는 “이번 방문 결과를 토대로 런던 북페어에 초청할 한국 작가들과 프로그램을 선정해 내년 1월쯤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글·사진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