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필리핀 레이터섬 올목시티 가보니… 가족을 잃은 사람들, 눈물 흘리며…

긴급구호를 위해 필리핀에 온 지 3일째, 12일 도착하자마자 세부섬 최북단인 단반타얀 마을의 조사를 마치고 어제(13일)는 올목시티 피해현장에 도착했다.

하이옌(Haiyan)의 직격탄을 맞은 필리핀 중남부 레이테 섬 올목시티. 간헐적으로 지붕만 날아간 집은 기적과 같았다. 타클로반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올목시티의 상황 역시 심각했다. 80~90%의 가구들의 지붕은 날아가고, 벽은 무너져 있었다.

무너진 집 앞에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구호물품 전달과 “괜찮냐”는 위로의 말 뿐이었다. 그리고 곧 아주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가족들이 모두 죽었고, 그녀는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받아든 구호물품을 가슴에 꼭 껴안으며, 눈물 흘리며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올목시티에서 유일하게 전기가 들어오는 한 호텔 앞에서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있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전 지역은 밤이면 암흑 속에 갇혔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충격과 슬픔, 배고픔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언론을 통해 전해진 외적인 피해상황보다 사람들이 받은 충격은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밀알복지재단 필리핀지부 황영희 매니저는 “태풍이 지나갈 당시 세부에 있었는데 지진이 나는 것 같았다”며 “11월 초 여진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은 지진과 같은 태풍 소리에 큰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태풍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 그 곳엔 두려움과 배고픔으로 고통 속에 처한 사람들만이 있었다. 밀알복지재단 긴급구호팀은 오늘(14일) 구호물품을 구비하여 이재민에게 텐트, 식량, 식기도구, 물 등의 물품을 배분할 계획이다.

밀알복지재단은 추후 필리핀 올목시티를 중심으로 1차 3만 달러의 식량 및 생필품을 지원하고 2차 의료진 파견을 통한 구호활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피해지역을 돕기 위해서는 많은 관심과 후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태풍 ‘하이옌’이 지나간 자리를 재건하는 시간은 오래 걸릴 것이지만, 우리는 이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밀알복지재단 긴급구호팀 여동근 주임

<밀알복지재단 필리핀 하이옌 피해 긴급구호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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