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수진 (13·끝) “한나호와 선교지에서 삶을 마칠 수 있게 하소서”
입력 2013-11-14 17:06
한나호는 지금 동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에 머물고 있다. 오는 26일이면 말레이시아를 떠나 다음달 3일 부산 다대포항에 도착할 것이다. 이번 방문은 중요하다. 한나호 사역 지역이 아프리카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한나호는 그동안 아시아에서만 활동했다. 처음에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몇 차례씩 현지를 방문하면서 점차 익숙해졌다. 현지 항만청과 관계자들은 이제 친한 사이가 됐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어디서든 환영받게 됐다. 도전지대가 안전지대로 변한 것이다.
그래서 활동 지역을 넓히기로 결정했다. 익숙한 곳을 떠나 핍박과 미지의 세계로 말이다. 감사한 것은 그동안 한나호 선교사들과 후원자, 기도의 동역자들이 아프리카를 향한 동경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떠날 때가 됐다.
사도바울이 3차 선교여행을 마쳤을 때 로마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주님은 바울에게 이렇게 확인해 주셨다. “용기를 내어라. 네가 예루살렘에서 나의 일을 증언한 것과 같이 로마에서도 증언하여야 한다”(행 23:11, 새번역) 한나호는 바울의 로마행을 향한 열정을 보면서 기도해왔다. ‘우리의 로마는 어디입니까.’
지난달 26일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 수지새소망교회에서 한나호 후원 음악회가 개최됐다. 아프리카 의료 사역을 위한 후원 축제였다. 나는 그때 이런 인사말을 했다.
“선교지에서 생애를 마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십시오. 아프리카 이외의 다른 지역은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육지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처럼 모두 내어주고 싶습니다. 한나호까지 말입니다.”
한나호는 마다가스카르를 시작으로 모잠비크, 앙골라 등 해안 국가들을 향해 파도를 가를 것이다. 이에 대한 한국교회의 도움과 기도가 필요하다. 특히 아프리카 각국에서 활동 중인 선교사들의 조언이 시급하다. 의료선교사와 의약품, 각종 생필품 등도 필요하다. 후원자들의 기도는 말할 것도 없다.
지난 30년간 한국교회는 폭발적 성장과 부흥을 경험했다.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은 많지만 나는 이 모든 일이 성령의 역사라고 믿는다. 최근 한국교회는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기회이자 전환의 시기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가운데 교회의 선교 열정이 여전히 뜨거운 것은 다행스럽다. 한나호는 계속 전진할 것이다. 시대가 변해도 배 사역의 강점은 너무 많다.
한나호 사역 25년은 이 강점을 누린 기간이었다. 신앙 훈련소로서 최적의 장소다. 다국적 선원과 선교사로 구성된 한나호에 오면 누구든 버려야 한다. 첫 3개월은 자신을 부인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육지에 비해 선상생활은 엄격하다. 한나호는 떠다니는 수도원이다. 기도회와 경건회, 노동, 성경공부, 언어훈련을 통해 감사와 자족, 성령을 의지하는 삶을 배운다.
한나호는 또 선교 지역 연구를 위한 역할도 하고 있다. 현지 교회의 규모나 미전도 지역 파악을 비롯해 해당 국가의 정치·경제 상황, 타종교 분포 등을 자세히 알게 될 기회가 생긴다.
무엇보다 현지 그리스도인들을 훈련시켜 아시아 각국에 선교사를 파송했다. 지난 12년간 한나호를 통해 5000명이 선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4만여명이 의료혜택을 받았고 3000명이 한나호를 거쳐 갔다. 이들은 12개국 출신으로 이중 625명은 목사나 선교사가 됐다.
다음 달 한나호가 한국에 도착하면 1년 정도 머물 예정이다. 60명 선교사들은 한국교회를 방문해 간증집회를 열게 된다. 한나호에서는 선상 수련회와 영어전도학교 등도 열린다. 지금까지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031-781-6437).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