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공군 자부심으로 살았다” 김신 회고록

입력 2013-11-14 18:31


조국의 하늘을 날다/김신(돌베개·2만2000원)

백범 김구의 둘째 아들 김신 회고록. 김신은 젖먹이 시절 어머니 최준례가 돌아가시고 중국의 고아원에 맡겨졌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없고, 잠깐 뵐 수 있었던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기억도 별로 없다. 광복 후에도 아버지 김구를 모신 것은 채 2년이 못 되었다.

백범 서거 이후 이승만 정권은 늘 김신을 감시했고 이승만 자신이 직접 김신에게 외국에 나갈 것을 권했다. “자네에 대해 밖에서 말이 너무 많아. 그러니 영국에 가서 공군 공부를 더 해보게.” 김신은 그 청을 거절했다. 면담은 서먹하게 끝났다. 6·25전쟁 때는 전쟁 발발 직후 일본으로 가서 F-51기를 인수해 온 뒤 많은 작전에 참가해 공을 세웠다. 5·16때는 박정희 세력과 미군 측 움직임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공군참모총장으로 운신해야 했다.

대만 대사로 재직할 당시엔 장제스 총통의 각별한 신임 속에 박정희 대통령과 장제스 총통 사이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며 가교 역할을 했다. 한·중 수교가 추진될 무렵엔 막후 비선 라인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현대사의 중요한 현장에 있었으면서도 그는 다만 “조국의 하늘을 지키는 대한민국 공군의 자부심으로 살아왔다”고 말한다. 제목이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런 균형감각과 의연함이 회고록의 격을 한 차원 높게 끌어올린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