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군중심리로 본 프랑스 대혁명의 속살
입력 2013-11-14 18:32
혁명의 심리학/귀스타브 르 봉(부글·1만8000원)
프랑스 혁명에 관한 연구는 일견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분석됐기에 프랑스 혁명과 관련해 새롭게 접근할 것이 있는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프랑스 내부에서는 현대 심리학을 분석틀로 하여 이 혁명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심리학의 입장에서 보면 프랑스 혁명은 좀 헷갈리는 구석이 있다. 자유, 평등, 박애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정착시킨 것은 좋은데, 비슷한 이상을 추구하던 사람들끼리 무차별적으로 서로를 단두대로 처형하며 무려 20년이나 끌어야 했기 때문이다.
혁명 세력과 혁명 반대세력의 투쟁으로 수백만 명의 국민이 희생됐던 혁명이 과연 역사에 ‘대혁명’으로 기록될 수 있는가. 그 대혁명이라는 표현은 인류의 문명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돌려놓은 중요한 혁명이란 의미인가.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인 저자는 이런 의문들에 대답한다. 혁명 초기에 희망과 믿음의 진정한 표현이었던 자유, 평등, 박애의 구호는 곧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군중들의 진짜 동기들, 즉 상류계급에 대한 질투와 탐욕, 증오를 정당화하는 구실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군중의 행동을 지배하는 법칙, 심리적 전염, 무의식에서 형성되는 신념 등을 바탕으로 혁명의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 정명진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