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자연의 소리 받아쓰면 그게 바로 글”
입력 2013-11-14 18:31
뭘 써요, 뭘 쓰라고요?/김용택/한솔수북
“자연의 소리를 받아쓰면 그것이 바로 글이 됩니다. 이만큼 쉬운 글쓰기가 또 있을까요?”
‘섬진강 시인’으로 통하는 김용택(65) 시인이 13년 동안 강연이나 방송을 통해 글을 쓰고 싶어 하고,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는 아이와 어른들에게 해 온 말이다.
책은 김 시인이 40년 가까이 전북 섬진강변 한 작은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하면서 아이들을 지도해 반짝반짝 빛나는 시들을 쓰게 한 기억과 추억을 고스란히 담아 글쓰기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준다.
김 시인이 말하는 글쓰기 교육의 첫걸음은 좋은 시를 읽게 하는 것도, 예쁜 낱말 찾기를 시키는 것도 아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지천으로 널려 있는 나무 중에 자기 나무를 정해 관찰하게 하는 것으로 글쓰기 교육을 시작한다. 나무의 겉모습만 그려내던 아이들은 그 나무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서 나무 주변 풍경까지 묘사하게 된다. 좀 더 자세히 보면서 꽃이 갓 피어나기 시작한 나무에서 잎과 열매까지 상상하게 된다.
김 시인은 이처럼 글쓰기의 시작은 관심을 두고 바라보는 것이며, 보고 듣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우리 일상이 곧 글쓰기 활동이라고 말한다.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바라보고, 조금 더 섬세하게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생각하고 그것을 정리하면 곧 글이 된다는 것이다.
김 시인은 어린 작가 21명의 꾸밈없는 작품과 이 시들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조곤조곤 풀어주면서 글쓰기에 한 발 더욱 다가가게 돕는다.
책에는 김 시인 얘기도 담겨 있다.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초등학교 교사가 된 그는 어느 날 책 파는 사람에게 난생처음 책을 샀다. 그때가 스물두 살.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세상을 책 속에서 만나게 된 그는 세상을 다시 보게 됐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어느 날부터는 그 생각들을 일기장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래오래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시를 쓰고 있었다고.
책 제목은 어린이들에게 글을 쓰라고 할 때 김 시인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었다. 김 시인이 길러낸 어린 작가 중 한 명이 쓴 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