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협의회 리더 서울 후암교회 손상률 원로 목사 “목회자 자기 과시가 연합사업 최대의 적”

입력 2013-11-13 18:05


“목회자가 자기 얼굴 내밀려고 하면 안 됩니다. 자기과시가 연합사업의 최대 적입니다.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려도 안 됩니다. 그래야 서로 하나 될 수 있습니다.”

교회 연합사업의 성공 모델로 꼽히는 서울 후암동 교동협의회를 섬겨온 손상률(69·사진) 후암교회 원로목사는 12일 한국교회가 하나 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후암동 교동협의회는 교파를 초월해 전도와 구제를 함께하고 있는 후암동 지역의 9개 교회 공동체다. 2000년 12월 첫 연합예배를 시작으로 지역의 어려운 이들에게 쌀과 도시락, 반찬 등을 지원하고 생일잔치, 이웃사랑 바자 등을 열어 왔다. 남산중앙교회, 후암교회, 영주교회, 산정현교회, 후암제일교회, 숭덕교회, 중앙루터교회, 후암백합교회, 금성교회가 참여하고 있다.

교회 크기에 따라 지원 규모는 다르지만 항상 ‘교동협의회’라는 공동체 이름으로 활동한다. 지원 물품에 붙이는 스티커에도 9개 교회 이름이 동등하게 표기된다. 협의회 대표도 순번제로 맡는다. 작은 교회에 대한 이 같은 배려가 지역 교회를 하나 되게 만들었다.

손 목사는 “교동협의회 사역을 통해 교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아졌다”며 “후암동 지역에 선교의 토양이 형성된 셈”이라고 말했다.

손 목사는 담임목사직을 승계할 때도 모범을 보여줬다. 그는 5년 전 정년이 오기 전에 조기 은퇴하겠다고 선언하고 ‘은퇴하면 교회에 관여 않겠다’ ‘목회 세습하지 않겠다’ 등 두 가지를 약속했다.

아직 정년이 남은 손 목사는 지난달 26일 은퇴해 약속을 지켰다. 이후 후암동에서 김포로 이사했고 주일 예배도 집 근처 교회에서 드린다. 이날 인터뷰를 위해 은퇴 후 처음 교회를 찾았다.

후임자 선정도 전적으로 장로와 성도들에게 맡겼다. 아들 2명과 사위 2명이 모두 총신대 신대원 출신의 목회자인데도 후임자로 거론조차 못하게 했다. 현재 두 아들은 경북 문경과 캐나다 밴쿠버에서, 두 사위는 서울과 일본에서 사역 중이다.

48년간 목회 현장을 지켜온 손 목사는 “이제 은퇴했으니 가르치는 입장이 아닌 듣는 자의 입장에서 ‘예배가 곧 삶’이라는 원칙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