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슈퍼태풍 후폭풍] 아키노 대통령 “사망 많아야 2000명… 1만명은 과장”
입력 2013-11-13 18:02 수정 2013-11-14 01:34
슈퍼태풍 ‘하이옌’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필리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약 9000명이나 차이가 나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13일 CNN에 출연해 “하이옌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많아야 2000명 정도”라며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망자 수가 1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경찰과 지방정부를 인용한 사망자 추정치에는 감정적 트라우마가 개입됐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정부는 13일 현재까지 태풍 하이옌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2275명, 부상자는 최소 3665명으로 공식 집계했다.
그러나 피해 지역인 레이테주정부는 타클로반에서만 약 1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근 사마르 지역에서는 약 300명이 숨졌고, 2000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했다. 사망자가 많을 경우 외국인 투자유치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일부러 피해 규모를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조에이 살세다 유엔 녹색기후기금 의장은 이번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약 6040억 페소(약 14조8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필리핀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하는 금액이다. 살세다 의장은 “필리핀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최근 7%대 경제성장률이 다시 5%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태풍 하이옌으로 인해 연락 두절된 한국인 수가 23명으로 늘어났다. 세부 한인회 사무실에 설치됐던 ‘하이옌 피해대책상황실’은 타클로반으로 이동, 이재민들이 몰려 있는 타클로반 공항과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한국인 소재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 의료구조지원단 30명은 14일 타클로반에 도착해 구조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외교부는 필리핀을 돕기 위한 구호물품을 14일 오전 군 수송기를 통해 보내기로 했다. 지원물품은 필리핀 측에서 요청한 담요, 텐트, 위생키트, 정수제, 비상식량 등이다. 정부는 또 15일 오전 8시 C-130 수송기 2대를 이용해 긴급구호팀 40명도 타클로반 지역에 파견할 계획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