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정상회담] ‘지각’ 푸틴… 외교 결례 논란

입력 2013-11-13 17:57 수정 2013-11-14 01:4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각 행보가 외교적 결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당초 13일 오후 1시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확대정상회담, 협정 서명식, 공동기자회견, 공식 오찬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숙소 출발이 지연되면서 정상회담은 30분 늦춰진 오후 1시30분에야 시작됐다. 푸틴 대통령은 호텔을 나서다 대한삼보연맹 관계자와 삼보 도복을 입은 초등학생 등 30여명을 보자 차에서 내려 일일이 악수하느라 시간을 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보는 러시아 국기(國技) 무술이며, 푸틴 대통령은 국제삼보연맹(FIAS) 명예회장이다.

후속 일정이 줄줄이 늦춰지면서 오후 3시15분 열리기로 했던 공식 오찬도 5시 가까워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박 대통령이 확대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여러분이 시장하실 것 같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오찬과 만찬 사이에 낀 ‘중찬’”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지각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박 대통령과 처음 만났을 때는 1시간 넘게 늦었고,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선 40분 지각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의 만남도 45분 늦었다. 그때마다 외교적 결례 논란을 빚었다.

푸틴의 지각 행보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지난 9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선 의장임에도 환영행사에 30분가량 늦게 나타났고, 지난해 멕시코의 G20 회의에서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40분이나 기다리게 했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선 무려 4시간 늦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 일정도 당초 12일 입국, 1박2일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으나 직전 방문국인 베트남 일정이 예정보다 길어지자 하루 일정으로 변경했다. 푸틴 대통령은 13일 새벽 2시50분에 도착해 약 18시간 만인 밤 8시40분 출국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