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정상회담] 푸틴 “남·북·러 협력 프로젝트 더는 늦출 수 없다”
입력 2013-11-13 17:57 수정 2013-11-13 22:14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3일 정상회담은 지난 9월 러시아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에 이어 두 번째다. 푸틴 대통령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주변 4강국 정상 가운데 첫 방한이다.
빨간색 재킷에 잿빛 하의를 입은 박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현관까지 나와 푸틴 대통령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단독정상회담 시작에 앞서 첫 인사로 “오늘 새벽에 도착하셔서 피곤하실 텐데 푸틴 대통령께서 워낙 건강하셔서…”라고 덕담을 건넸다.
한·러 정상은 또 확대정상회담, 협정 서명식에 이어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오찬을 함께했다. 오찬 모두발언에서 박 대통령은 “러시아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우리와 힘을 모으고 있는 중요한 이웃”이라며 “한국과 러시아는 호혜적 협력을 통해 서로의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는 상생 파트너이며 공동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갈 동반자”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한 손으로는 매듭을 풀 수 없다’는 러시아 속담을 인용하기도 했다. 건강을 축원하는 의미의 러시아어 건배사인 ‘자즈드라브니’를 박 대통령이 외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은 서로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적대시하는 그런 사상으로부터 출발했다”면서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 두 나라 사이에 신뢰의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것이다. 현재 양국 관계에서 자극이 되는 어떠한 요인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오후에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제3차 한·러 대화(KRD·Korea-Russia Dialogue) 포럼 폐막식까지 두 정상은 5시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하며 친분을 다졌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이웃은 가까울수록 좋고 담은 낮을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며 또 러시아 속담을 인용한 뒤 “양국 사이 담을 낮추고 더욱 가깝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어 “오랜 역사의 질곡을 지나면서 고립되고 단절된 유라시아에 새로운 제2의 실크로드를 열자”고 말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제6차 한·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 개막식에 참석, 양국 기업인 350여명 앞에서 특별연설을 통해 남북한 모두에 대화를 촉구했다. 그는 “남북한과 러시아가 공동 참여하는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위해 남북한 간 정치적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며 “3국 간 경협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고려하면 (프로젝트 추진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 사업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