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정상회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기초공사 시작… 동반자 관계 심화

입력 2013-11-13 17:56 수정 2013-11-13 22:14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선 북핵 해법 등 대북정책 공조부터 경제협력사업 확대에 이르기까지 양국 간 현안이 두루 의제로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대한 우리 기업 참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 합의에 도달했다. 박 대통령 자신이 지난달 18일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린 셈이다.

◇‘기초공사’ 시작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지난 9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열린 1차 한·러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회담도 주로 경제 분야 협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역시 러시아와 북한이 ‘라손콘트란스’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해 추진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이었다.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철로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 사업이다. 코레일과 포스코, 현대상선 등 3개사의 컨소시엄이 2100억원을 투자해 러시아 측 지분을 절반 정도 인수하기로 했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수출 화물이 나진항과 나진∼하산 철도,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통해 유럽까지 쉽게 운송될 수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라는 박 대통령 구상이 처음 구체화되는 셈이다. 우리 정부의 ‘5·24조치’ 부분 해제 수순이기도 하다.

이밖에 남·북·러 3각 협력사업으로 주목받는 러시아 천연가스의 한국 도입을 위한 북한 경유·가스관 건설, 같은 노선으로 러시아 전력을 한국에 공급하는 송전선 건설 사업도 논의됐다. 북한과 전통적 특수관계인 러시아를 통해 북한의 개방 가속화를 유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TSR이나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비정치적 분야 협력에서 정치적 문제 해결로 나가겠다는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도 직접적으로 맥이 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 발전=정상회담 공동선언에는 정상 상호방문 정례화와 최고위급 전략대화 채널 구축 등이 담겼다. 박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서울 프로세스)과 푸틴 대통령의 아시아 중시정책 접점이 생긴 것이다. 북핵 문제 주요 당사국이자 영토분쟁 문제로 일본과도 미묘한 대립 구도를 형성한 러시아와 최고위급 전략대화 채널을 가동키로 함으로써 우리 정부는 동북아 지역 전체에서 새로운 정치·안보 중간 균형자 역할을 맡아나갈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 간 군사기술 협력, 아시아 역내 평화와 안정 강화,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화학무기금지협약(CWC), 생물무기금지협약(BWC) 등 이른바 ‘비확산 의제’도 공동선언에 명시됐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평양’을 직접 거론하며 북한의 독자적 핵무장을 용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서울 프로세스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지지는 지난 9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변함이 없었다.

◇기타 경제협력 방안들=양국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러시아 대외경제개발은행(VEB)이 3년간 절반씩 10억 달러 규모의 개발 펀드를 조성, 시베리아 인프라 개발에 활용하고 기업 간 상대국 진출 사업을 지원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러시아에 합작 LNG 조선소 설립, 북극항로 개척, 상호 방문객 비자면제 협정, 문화원 개설 협정 등도 이뤄졌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