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 반갑잖은… 20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행진

입력 2013-11-13 17:46

최근 우리 경제 회복 근거로 경상수지 흑자 현상이 종종 거론되고 있다. 경상수지는 지난달 65억7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20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3분기까지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7%(488억 달러)를 기록해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690억 달러 정도의 흑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00년 이후 평균 흑자규모(GDP 대비 2.6%)를 크게 넘는 수준으로 경기침체로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던 1998년(12.1%) 이후 가장 큰 흑자 폭이다.

그러나 이처럼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의 이면에는 투자 부진과 내수 침체가 도사리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13일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의 원인은 간단하다”며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인색하면서 관련 수입이 뚝 끊어지므로 수출 증가가 도드라져 보인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경상수지 흑자는 대외자산 증가 요인으로 금융안전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지표지만 경상수지 흑자만으로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KDI 정규철 연구위원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는 주로 내수 부진 때문”이라며 “내년 점진적인 내수 회복이 진행되면 경상수지 흑자 폭은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수지 흑자 폭 확대는 대체로 경기침체기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고, 최근 우리 경제도 이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경상수지 흑자 확대는 향후 경기 전망이 상대적으로 비관적임을 시사하기도 한다. 투자의 관점에서 볼 때 불확실성 확대와 수요 부진 등의 영향으로 투자 규모를 축소하기 때문이다. 자칫 표면적 경상수지 흑자 현상에 취해 우리 경제가 갖고 있는 내수 및 투자 침체, 가계부채와 일부 대기업의 유동성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 연구위원은 “정부가 거시경제정책을 조율함에 있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 변동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