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 아베노믹스 실패땐 국내 경제 성장률 2%대 ‘턱걸이’
입력 2013-11-13 17:46 수정 2013-11-13 22:28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과 엔저 현상은 올해 가장 큰 국제금융 이슈였다. 금융당국이 아베노믹스의 성공과 실패에 따른 정책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도 비상사태 대비책 성격이 짙다. 국민일보가 단독 입수한 시나리오는 아베노믹스 실패로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한국경제 성장률의 2%대 초반 추락전망까지 내놓으며 증권사에 대한 한국은행의 직접자금 지원 등 급진적 대응책까지 주문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해 12월 취임하면서 엔저·저금리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을 말한다.
◇아베노믹스 성공이 국내에도 유리=13일 금융연구원이 지난 7월 금융위원회의 의뢰로 작성한 ‘엔화환율의 시나리오별 예상경로와 대응전략’에 따르면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아베노믹스의 성공이다. 전날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본 아베노믹스 성과 점검’ 리포트를 내고 “여전히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지만 현 시점까지 최소한의 가시적 성과는 얻어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2분기 연속 4% 전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15년 동안 이어져 온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 우려도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은 아베노믹스 성공이 엔화 약세 장기화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금융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가면 엔화 약세는 더욱 길어질 수 있다. 실제 100엔당 원화 환율은 지난해 11월 14일 1357원 정도에서 13일 1078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당국은 엔저현상으로 국내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지만 아베노믹스의 성공이 실패보다는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판단하고 있다. 엔저로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 수출기업이 영향을 받지만 세계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가 수출물량 자체가 더욱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은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경우 올해 세계경제가 3.5% 정도, 국내가 2.8% 성장할 것”이라며 “일부 수출산업에서는 엔화 약세가 수출을 제약하는 요인이지만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 자체가 세계경제 회복에 따라 늘어나고 있다”고 금융위에 보고했다.
주식시장에도 아베노믹스가 성공하는 편이 그나마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베노믹스의 성공이 세계경제 회복으로 이어져 외국인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아베노믹스 실패, 우리 경제에도 먹구름=문제는 아베노믹스가 실패로 돌아갈 때다. 현재도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무제한 금융완화로 인해 부작용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아베노믹스 실패 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2% 초반에 머무를 것으로 봤다.
특히 엔화가치가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디플레이션이 더욱 길어지고, 자산시장의 거품이 붕괴되면 일본 내 주가가 폭락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금리가 오르게 되면 엔화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누려 온 안전자산으로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금융연구원은 “아베노믹스의 실물경제 파급효과가 미미한 상황에서 부작용만 심해진다면 엔화가치는 폭락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화가치의 폭락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금융위도 이 부분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엔화 약세에 따라 일본과의 수출경합에서 밀리면서 우리나라 수출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붕괴도 문제다. 금융연구원은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경우 외국인이 대거 주식시장을 이탈해 일시적으로 코스피 1800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며 “은행 등 금융권도 자금사정이 나빠질 수밖에 없어 기업여신을 축소해 기업자금 사정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급변 사태를 대비해 금융위는 중소수출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범정부적 컨트롤 타워를 마련하는 등의 대응책을 고민 중이다. 금융연구원은 “시중유동성 공급을 위해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까지 한국은행이 직접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며 “금융시장 여건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상당 수준의 적자예산을 편성하고 필요시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