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감사 10명 중 6명 정치인·군인·경찰 출신

입력 2013-11-13 17:32 수정 2013-11-13 22:56


공기업 상임감사 10명 중 6명이 정치권 등에서 내려온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분류됐다. ‘정권의 전리품’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이다. 공기업 감사는 억대 연봉과 판공비 등 각종 의전을 제공받지만 대부분 전문성이 떨어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더 늦기 전에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기업 22개사가 1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www.alio.go.kr)에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근무 중인 공기업 상임감사 22명 중 14명이 정치권이나 군·경 출신의 이른바 낙하산형 인사들로 분석됐다.

대한석탄공사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공항공사 등 3개 공기업의 상임감사는 청와대에서 비서관·행정관 등으로 재직한 바 있는 정치권 출신이다.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 한국관광공사, 한국마사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7개 공기업의 감사는 정당인으로 활동하다 공기업으로 왔다. 한국감정원, 한국철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4개 기관은 공기업 업무와 별로 상관없는 군·경 출신이 감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4개 기관은 감사원 출신이, 한국석유공사는 국무총리실 출신으로 역시 ‘방패막이용’ 낙하산 인사로 보이지만 그나마 업무 연관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봉이 공시된 25개 공기업 상임감사의 평균 연봉은 1억2800만원이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서부발전 등은 상임감사에 1억5000만∼1억6000만원의 연봉을 주고 있다. 대부분 공기업은 이들 감사에게 판공비와 사무실, 차량과 기사 등 기관장에 준하는 대우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해당 기관에서 갑(甲) 중의 갑이다.

하지만 이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는지는 의문이다. 기획재정부는 201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마사회, 한국석유공사에 D등급을 부여했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내부 감사 소홀로 원전사고 은폐와 뒤이은 납품비리 사건 등이 발생했다. 공기업 직원의 부정부패나 방만 경영이 남발함에도 해당 회사의 상임감사가 법적 책임을 진 사례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국민경제에 영향력이 큰 공기업의 경우 감사의 자격 요건이나 업무 연관성 등의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처럼 아무나 다 감사를 하다 보니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청와대나 정부에 못 들어가면 공기업 감사나 해보라”는 말이 입버릇처럼 나돌 정도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