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최현수] 해병대 제대로 활용해야

입력 2013-11-13 17:44


오는 23일은 북한이 연평도에 기습 포격을 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해병대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13분 만에 대응사격을 했지만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이 높았다. 이런 비판은 철모에 불이 붙은 줄도 모르고 사격을 했던 해병대원들의 투혼과 ‘13분 만의 대응’도 늦은 것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잦아들었다.

도리어 해병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져 해병대 인원이 소폭 늘었고 연평도 등 서북 5개 도서방어를 책임지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창설돼 해병대가 관할하게 됐다. 해병대 숙원사업이었던 해병항공단 창설도 2019년 항공대대 구축을 시작으로 본격화될 예정이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이 해병대에게는 ‘보약’이 된 셈이다.

해병대는 2만8000명으로 한국군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다. 하지만 그간 꽤 많은 역할을 해 왔다. 6·25전쟁 시 해병대는 통영상륙작전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 작전은 한국군 최초 단독상륙작전으로 낙동강 방어선을 강화하고 수세에 몰렸던 우리 군의 대응이 공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6·25전쟁 종군기자였던 뉴욕헤럴드 트리뷴의 마거릿 히긴즈는 ‘귀신잡는 해병’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해병대가 통영에서 거둔 전공(戰功)은 한국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이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귀신잡는 해병대’는 한국해병대를 일컫는 대명사가 됐다.

해병대는 인천상륙작전과 6·25전쟁 최대 산악전이었던 도솔산 전투에서도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1973년 사령부가 해체되고 해군에 통합됐다가 14년 만에 재창설되는 아픔이 있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미 해병대도 해산되는 고통을 겪었다. 위기가 있어야만 부각되는 해병대의 독특한 역할 때문이다.

미국은 독립선언 이전 해병대를 창설해 8년간 치열한 전투를 벌였지만 1783년 파리조약으로 독립을 인정받자 해병대를 해체했다. 하지만 15년 뒤 주변국 분쟁이 많아져 긴급투입전력이 필요해지자 미국은 해병대를 재창립한다. 이후 미 해병대는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가장 먼저 미국의 깃발을 들고 참여하는 신속대응부대가 됐다. 미국의 해병대가 ‘세계경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 우리 해병대는 한반도 전쟁 시 적진에 상륙해 우리 군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상륙작전을 수행한다.

상륙작전의 전략적 가치는 크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심경욱 박사는 14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해병대 발전국제세미나에 앞서 배포한 발제문에서 “상륙작전은 중요한 적 핵심지역에 전투력을 투사하는 고도의 군사적 행동”이라며 “적을 혼란에 빠뜨리고 지휘통제체제를 마비시켜 전장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상륙작전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적에게 항상 대비해야 한다는 부담도 준다. 해병대 전력기획실장 조강래 준장은 “(해병대의 상륙작전 가능성으로) 북한군 8개 사단과 7개 여단이 상류작전 저지를 위해 묶여있는 상황이고 전면전이 발발하면 북한군 4개 기계화 군단과 1개 기갑군단의 전방투입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병대의 운용을 보면 상륙작전에 집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기도 김포에 배치된 2사단은 한강하구에서 백령도로 이어지는 긴 지역의 경계임무를 책임지고 있다. 백령도 6여단과 연평도 부대는 도서방어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실상 상륙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전력은 포항에 있는 1사단에 불과하다. 군사전문가들은 1사단 역시 병력과 장비 면에서 명실상부한 상륙사단이라고 보기에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서울 벤처대학 최명상 특임교수는 “상륙전 능력부족은 한국 해병대의 아킬레스 건”이라고 지적한다. 평시 해병대가 해야 할 일도 있지만 본연의 기능에 부합하기 위해 보다 효율적인 상륙작전수행을 위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그것이 군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