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청·욱’ 삼각편대… 레버쿠젠 3총사 닮은꼴

입력 2013-11-14 05:48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의 손흥민(21·1m83)-슈테판 키슬링(29·1m91)-시드니 샘(25·1m74)은 ‘마법의 삼각편대’로 통한다. 이들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14일 현재 정규리그 18골을 합작했다. 한국 대표팀에도 ‘공포의 삼각편대’가 출격한다. 조합은 손흥민-김신욱(25·1m96)-이청용(25·1m80)이다.

키슬링과 김신욱은 닮은꼴이다. 지난 시즌 키슬링은 25골을 넣어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은 “정통파 스트라이커보다는 여러 공간을 움직이며 뛸 수 있는 선수가 더 필요하다”며 키슬링을 부르지 않았다. 뢰브 감독은 특정 선수의 활약보다 선수들의 유기적인 포지션 변화와 점유율에 의한 공격 패턴을 선호한다. 비슷한 이유로 홍명보 한국 감독도 한동안 김신욱을 외면했다.

독일과 한국 대표팀 사이엔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독일엔 키슬링을 대체할 자원이 넘치지만 한국엔 그렇지 않다. 홍 감독은 출범 이후 줄곧 ‘원톱’ 부재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김신욱이 절정의 골 감각을 뽐내며 K리그 클래식 득점 선두(19골)에 오르자 홍 감독은 더 이상 김신욱을 외면할 수 없었다. 현재 국내파와 해외파를 통틀어 원톱으로 김신욱보다 낫다고 할 만한 선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김신욱은 대표팀 탈락 이후 와신상담했다. 홍 감독이 원하는 공격수가 되기 위해 약점으로 지목됐던 발 밑 플레이에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 또 중원까지 내려와 수비와 패스 연결에 가담하거나 동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플레이에도 주력했다. 프로축구 울산 현대의 5연승에 앞장선 김신욱은 36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제공권 장악 능력이 좋고 골 감각도 무르익은 김신욱은 키슬링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관건은 김신욱이 키슬링처럼 손흥민과 패스를 유기적으로 주고받는 것이다.

이청용에게선 샘의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소속 팀에서 샘과 활발하게 어시스트를 주고받고 있다. 마침 이청용도 이타적인 플레이에 능하다. 이청용은 지난달 15일 말리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과 김보경에게 절묘한 어시스트를 해 한국의 3대 1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손흥민은 소집훈련 이틀째인 13일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김신욱과 키슬링은 모두 키가 크고 골 결정력도 뛰어나다”며 “대표팀에 김신욱 같은 선수가 있는 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선수들이 김신욱을 잘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명보호’의 삼각편대가 스위스전(15일 오후 8시·서울월드컵경기장)과 러시아전(19일 오후 11시·아랍에미리트)에서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기대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