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균열] 안보는 특정 정파의 것이 아니다

입력 2013-11-13 17:39


국정원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관련 남북 정상 대화록 공개와 원본 확인 과정에서 소위 말하는 ‘사초’ 증발 문제, 그리고 국정감사와 연이은 연말 예산결산 정국 속에서 또 하나의 이슈가 제기되었다. 국방부 장관의 “대내 오염방지” 발언이 그것이다.

한참 오래 전의 일이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 소속 한 의원의 홈페이지에 북한의 ‘조선복권합영회사’ 명의로 공개 협박에 가까운 항의 글이 게재된 바 있다. 북한에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복권사업을 하도록 허용해준 통일부의 예산집행에 대한 우리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직접적으로 항의한 것이다.

그리고 작금에 발생하고 있는 정부 중앙부처나 대형 은행의 주 전산망 해킹 주범으로 여전히 북한이 그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국방부 장관의 발언은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정무직 장관으로서 아직도 야전 군인들이 즐겨 쓰는 용어를 사용한 점은 다소 부적절해 보인다. 용어를 가려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방장관의 이러한 발언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국가안보와 관련이 없는 부처에서 지난 대선 기간 안보교육을 실시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지적도 문제가 있다. 우선 통일부의 경우 통일교육지원법에 통일교육의 정의에 건전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할 것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안보관이 전제되지 않고 통일만 주장할 경우 자칫 북한의 전략전술에 말려들 수가 있다.

이와 같이 오늘날 안보는 전통적인 군사안보에 국한돼 있지 않다. 지난여름 우리는 그야말로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더위를 견뎌냈다. 원전사태로 인한 전력제한 공급 때문이었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전력안보’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오늘날 안보는 군사안보 이외에도 사회안보, 경제안보, 에너지안보, 인간안보 등 다양한 안보 쟁점과 주제에 따라 그 범위가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안보 개념을 ‘포괄적 안보(comprehensive security)’라고 한다. 따라서 모든 부처가 안보의 관점에서 대비해 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 틀림없다.

차제에 국방부, 통일부, 교육부, 안전행정부, 국가정보원, 국가보훈처 등 안보 관련 핵심부처는 평상시부터 초·중등 학생들로부터 일반국민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안보교육을 위한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외의 부처는 이렇게 마련된 안보교육의 기본 골격 위에 독자적인 내용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세부적인 안보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안보교육의 핵심은 국가 정체성을 지향하게 하고,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짐을 공유할 준비가 돼 있도록 하고, 국가 위기 시 자신을 헌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심리적으로는 안보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주제나 가치보다 국가의 중요성을 소홀히 하지 않으며, 아는 바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보는 특정 정파가 자신들만의 정권 연장을 위한 논리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일부 고위공직자나 일부 부처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소위 ‘댓글 달기’와 같은 고유 임무의 범위를 벗어난 활동을 한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 엄중하게 조치해야 한다.

박균열 경상대 교수·윤리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