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 발 내디딘 ‘새로운 유라시아’ 구상

입력 2013-11-13 17:41

한·러 정상, 북한의 개혁·개방에도 힘 합쳐야

청와대에서 13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북한의 나진과 러시아 극동의 하산을 잇는 54㎞ 구간의 철로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 작업 등을 위해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철도공사가 ‘라손콘트란스’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해 2008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이다. 철로 개·보수 작업은 이미 끝났고, 현재 나진항 화물터미널 공사가 진행 중이다. 우리 기업은 2100억원을 투자해 북·러 합작회사의 러시아 측 지분을 절반 정도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나진-하산 간 철도 복구는 한반도 종단철도,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이어져 동북아 국가들의 수출화물을 유럽까지 운송하는 초대형 물류 사업의 첫 관문이라는 의미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와 북한,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관통하는 철도·도로망을 염두에 둔 사업이라는 얘기다. 이것이 완성되고 유라시아 국가들이 가스관 등 에너지 인프라의 연계와 자원 공동 개발까지 성사시킨다면 지구 면적의 40%, 세계 인구의 71%를 차지하는 유라시아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대륙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물류비용 절감 등을 통해 유라시아라는 거대한 시장에 비교적 수월하게 진출함으로써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유라시아 동북부의 철도와 도로를 연결해 복합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유럽까지 연결하자면서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상을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국이 유라시아 대륙의 연계성 확보를 위해 교통 분야 협력을 증진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양국 국책은행이 1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시베리아 지역에 투자키로 한 것도 ‘새로운 유라시아’를 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유라시아를 하나의 대륙으로 묶는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역내 국가들에 대한 외교에 주력할 전망이다. 가장 큰 과제는 역시 북한이다. 북한이 핵을 들고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새로운 유라시아’ 건설은 요원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박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절실하다고 언급하고,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공감을 표한 건 매우 고무적이다. 두 정상은 북한에 비핵화 분야에서의 국제적 의무와 약속을 준수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해 러시아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일본도 문제다. 두 정상은 일본이라고 적시하지 않았지만 “최근 역사 퇴행적인 언동으로 동북아의 강력한 협력 잠재력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