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선진화법 문제는 협상으로 해결해야
입력 2013-11-13 17:39
끊임없는 정쟁 탓에 국회가 반신불수인 상황에서 여야가 이번에는 ‘국회선진화법’ 개정 문제로 충돌을 빚고 있다. 새누리당은 법 개정안을 이른 시일 내 제출하겠다고 공표했으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당은 강력 저지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이란 다수당 출신이 맡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 또는 사변과 같은 국가비상사태’로 엄격히 제한하고, 직권상정 효력을 갖는 신속처리법안의 의결 요건을 재적 5분의 3 이상으로 강화한 국회법 제85조를 말한다. 새누리당은 이 조항이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을 규정한 헌법 제49조에 위배된다며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은 다수당의 강행 처리와 소수당의 물리적 저지로 빚어지는 ‘폭력국회’를 막겠다며 지난해 5월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것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보면 현재 의석이 과반수지만 5분의 3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의 경우 단 한 건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한다지만 이치에 맞지는 않는다. 지금 주요 경제 및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은 국회선진화법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민주당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특검을 도입하자면서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국회선진화법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설득하는 데 더 공을 들여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이 새누리당 주장처럼 국회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건 사실이다. 다수결의 원칙을 일정부분 제한하는 것이어서 민주주의 기본정신에 배치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폭력 대신 대화와 타협의 국회를 만들어보자고 이런 제도를 도입한 이상 정착 노력을 좀 더 기울여보는 게 순리다. 새누리당이 법 개정안을 내겠다지만 민주당이 반대하는 이상 ‘5분의 3 요건’ 때문에 원천적으로 개정이 불가능하다.
헌법소원 심판 청구는 더더욱 아니다. 정치권의 잘못을 사법기관에 바로잡아 달라고 애원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정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협상을 통해 정치권이 스스로 손질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 개정까지 들고 나올 정도로 여권의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민주당이 마냥 외면해서는 안 된다. 최근의 민주당 행태를 보면 국정 발목잡기가 너무 심하다. 정기국회가 종점을 향하고 있는데도 주요 법안과 예산안에 손도 대지 않고 있으니 말이 되는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수사와는 별도로 국회는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국회 일정을 또다시 보이콧하면 국민이 등을 돌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