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수진 (12) 1만명 회심 한나호, 하나님 도움에 리모델링을
입력 2013-11-13 16:58
2009년은 한나호에 큰 변화가 있었던 해다. 당시 한나호는 새로운 사역을 향한 긴장과 재정적 압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한나선교회 신미현 이사가 기도후원자와 함께 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고 그 자리에서 한나호의 리모델링을 제안했다. 청사진에는 현대식 예배당을 비롯해 캐빈과 식당, 화장실이 호텔급으로 변해 있었다.
나를 비롯한 한나호 선교사들에게 리모델링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선교하다 죽겠다고 결심한 마당에 배를 치장하는 것은 오히려 사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사역자들이 완패했고 이사들과 기도후원자들이 승리했다. 그들은 한나호 선교사들이 궁상맞고 불쌍하게 산다면 어떻게 선교지 주민들에게 선한 충격을 주겠느냐며 설득했다. 워낙 강한 입장을 보여 우리는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한나호는 원래 선교 용도가 아닌 일본 해양기상청 선박이라 60명의 단원이 그동안 불편을 겪어 왔던 건 사실이다. 리모델링은 한나호를 한번 다녀간 단기팀과 후원자들에겐 숙원사업이었다. 겨울이면 냉기 속에서 예배를 드렸고 선실이나 식당 등도 40년 전 건조된 방식을 그대로 이용했으니 불편했을 것이다.
본격적인 리모델링 공사는 2009년 6월 초 시작됐다. 리모델링은 사역용 선박의 특성을 최대한 살렸다. 침침하고 냉기가 흐르던 분위기를 밝고 따뜻하게 바꿨고 세미나용 책상과 접이식 의자, 대형 TV도 설치해 다용도로 활용토록 했다.
예배실 이름도 ‘메인 라운지’로 바꿔 선교지에서 주민들을 초청해 영화를 상영하고 민속문화와 댄스 공연 등 소규모 집회나 활동도 가능하도록 했다. 또 기존에는 없던 VIP룸도 만들어 현지 목회자나 지도자 등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맨바닥뿐이었던 선실에는 2층침대와 옷장을 설치했다. 식당도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 한나호는 이렇게 향후 사역을 위해 재탄생되고 있었다.
한나선교회는 이전부터 한나3호를 위한 모금운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공적인 리모델링으로 새로운 선박 구입은 필요없게 됐다.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되던 중 브라질의 상파울루연합교회 김요환 목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김 목사는 한나3호를 위한 모금에 힘써왔다. 나는 한나3호에 대한 모금을 리모델링으로 전환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고 김 목사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주님 은혜는 계속 넘쳤다. 부산에서 출항을 앞두고 있을 때 스톤커피 사장인 정홍식 장로가 한나호를 방문했다. 그런데 정 장로는 우리를 만나자마자 “아내가 생전에 100명의 선교사를 후원하는 것이 기도제목이었다”면서 “한나호는 선교사가 60명이 넘으니 아내의 유언에 따라 한나호에 스톤커피 장비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정 장로의 아내는 5년 전 암으로 천국에 가셨고 그동안 혼자 사시며 아내의 유언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정 장로는 한나호가 출항하기 전까지 직원들과 함께 여섯 번이나 방문해 바리스타 교육을 시켜주었고 우리를 힐링푸드 전도사로 만들었다. 그의 도움으로 한나호 선교사들은 지난 4년간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수만 잔의 커피를 만들어 현지인들에게 대접했다. 그중엔 대통령부터 도지사, 시장들도 있었다. 우리는 커피와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을 만들었고 현지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했다. 이로써 한나호는 무료 의료와 커피라는 두 날개의 사역 수단으로 선교선의 입지를 더욱 굳히게 됐다.
한나호는 2009년 겨울, 부산의 해양대 부두에서 출항해 5개국 13개 항구도시를 다녔다. 그동안 현지 그리스도인 1000명이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했고 1만명이 회심했다. 1만5000명은 무료의료 혜택을 받았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