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아베 신사참배' 두둔… "총리가 전몰자 애도 표하는 것은 당연"

입력 2013-11-13 00:51

최근 원전 반대론으로 돌아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사진) 전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두둔하고 나섰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12일 도쿄에서 진행된 일본기자클럽 회견에서 “어느 나라든 총리가 전몰자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를 비판하는 것은 한국과 중국뿐”이라고 비난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계속 신사 참배에 대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지금처럼 대응하면 된다”며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고이즈미 전 총리는 자신의 총리 재임 시절 비화도 공개했다. 그는 2004년 11월 칠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중국 측이 이듬해 야스쿠니에 참배하지 않는 것을 중·일 정상회담 조건으로 제시하자 “반드시 참배한다. 그러나 나는 일·중 우호론자다”라고 답변하도록 외교 당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포기했지만 중국 측이 참배 의향을 공표하지 않는 조건으로 회담을 받아들였다고 소개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이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에 대해 “일본의 생각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때가 되면 중국은 유치한 대응이었다는데 대해 부끄러운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리로 재임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신사 참배를 하면서 한·중과의 외교 갈등을 자초한 바 있다.

이에 반해 고이즈미 전 총리는 탈원전 문제에 대해서는 아베 총리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총리가 판단하면 할 수 있다”며 “판단력과 통찰력의 문제이기 때문에 방향을 잘 잡기 바란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탈(脫)원전을 강하게 주장했던 지난 10월 이후 아베 총리를 거명하지 않았었다. 교도통신은 이날 직접 ‘총리’를 거론한 것과 관련해 “큰 변화로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방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