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블랙홀… 韓·美·獨 공동연구팀, 45억 광년 떨어진 곳서 첫 발견

입력 2013-11-12 18:52


한국 미국 독일 등 국제 공동연구팀이 약 45억 광년(1광년은 약 9조4700억㎞) 떨어진 은하의 중심부에서 ‘쌍둥이 블랙홀’을 발견했다. 별들의 집합체인 두 은하가 충돌한 뒤 결합되기 직전 각 은하 중심부에 자리한 블랙홀을 포착한 것이다. 특히 ‘은하 병합’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쌍둥이 블랙홀이 보고된 것은 처음이어서 천문학자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우종학(사진) 교수팀은 칠레 북부에 있는 유럽남천문대의 지름 8.4m 거대망원경과 허블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그동안 이론으로만 알려졌던 거대 쌍둥이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천문학회지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블랙홀은 중력이 커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천체를 말한다.

이웃한 두 은하가 충돌하면서 합쳐지면 각 은하의 중심에 존재하는 블랙홀도 결국 서서히 합쳐지게 된다. 쌍둥이 블랙홀은 이처럼 서로 다른 블랙홀이 하나로 진화하기 직전 단계에 나타난다. 하지만 블랙홀은 빛을 방출하지 않아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병합 후기의 쌍둥이 블랙홀은 서로 가까이 붙어 있어 구분하기가 더욱 어렵다.

연구팀은 블랙홀 근처의 가스 운동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형과 아우 블랙홀의 존재와 위치를 찾아냈다. 직접 관측은 어렵지만 가스가 유입되면 막대한 에너지가 빛으로 방출되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확인 결과 쌍둥이 블랙홀은 현재 2600광년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지만 수억년 후 이 거리는 수광년으로 좁혀지면서 결국 충돌을 통해 하나의 거대 블랙홀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