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향군인의 날, 한국전 참전용사의 벽 제막식

입력 2013-11-12 18:52


전쟁 영웅 패튼 손녀의 감동 한국어로 애국가 ‘깜짝 열창’

미국 재향군인의 날인 11일(현지시간) 미국의 전쟁 영웅 조지 S 패튼(1885∼1945) 장군의 손녀가 한국어로 애국가를 열창해 감동을 줬다.

이날 캘리포니아주 동남부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있는 ‘패튼 장군 기념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벽’ 제막식에 지역 정치인은 물론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600여명의 재향군인들이 참석했다.

패튼 장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패튼재단 이사장을 맡은 손녀 헬렌 패튼(사진) 여사는 패튼 장군 기념박물관 탄생 25주년 기념식을 겸한 이날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맡았다. 패튼 여사는 “할아버지는 군인이라면 세계 어느 전쟁터에 가도 그 나라 국민의 마음을 사야 전쟁에 이길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면서 “그 나라 국민의 마음을 사는 데는 그 나라 말을 쓰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가르치셨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패튼 여사는 행사에 참석한 신연성 로스앤젤레스 주재 한국 총영사를 연단으로 불러내 “애국가를 부르겠다.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신 총영사가 첫 구절을 불러주자 패튼 여사는 금세 음정과 박자를 맞춰 한국어로 애국가를 불렀다.

신 총영사는 “깜짝 놀랐다”면서 “전쟁 영웅에 대한 예우가 각별한 미국에서도 특별한 대접을 받는 패튼 여사가 한국에 대해 이렇게 관심을 보이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아프리카와 유럽 전선에서 로멜이 이끄는 독일군을 격파한 패튼 장군은 ‘패튼 대전차군단’이라는 영화로 유명하다. 모하비 사막 치라이코 서미트에 패튼 장군 기념박물관이 자리잡은 것은 패튼 전차군단이 아프리카 사막 전투에 나서기 전 실전훈련을 쌓았던 인연 때문이다.

독일이 항복한 뒤 독일 주둔 중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패튼 장군은 한국전쟁에는 참전할 수 없었지만 패튼 여사는 패튼 장군의 선배와 동료, 후배 군인들이 피를 흘린 한국전쟁도 패튼 장군 기념박물관의 소중한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