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작곡가 ‘에릭 사티’ 음악극으로 만나다… 11월 22일부터 대학로예술극장
입력 2013-11-12 18:37
에릭 사티(1866∼1925). 시대를 앞서간 프랑스 작곡가이다. ‘19세기는 괴짜로, 21세기는 천재로 기억하는 남자’로 축약된다. 사티는 기존 음악계가 쌓아 놓은 신조나 미학을 완전히 무시한 채 자신의 음악세계만 추구한 인물이다.
파리음악원에 들어갔으나 중퇴하고 안데르센동화에 빠져 한동안 지냈다. 그리고 몽마르트 언덕 ‘검은고양이’ 카페에서 피아노를 치며 생계를 유지했다. 짧은 악절을 쉼 없이 반복하다 어느새 스스로 사라지는 단순하고도 흐릿한 안개 같은 리듬이 사티 음악의 특징이다. ‘별의 아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미사’ ‘관료적인 소나티네’ ‘바싹 마른 태아’ 등 제목만 보아도 사티의 음악 정신이 드러난다.
이런 그의 삶이 음악극 ‘에릭 사티’로 무대에 올려진다. 뮤지컬 ‘와이키키 브러더스’ ‘댄서의 순정’ 등을 쓴 김민정이 대본을, 뮤지컬 ‘라롱드’의 박혜선이 연출을 맡았다.
박혜선씨는 “사티는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산 인물”이라며 “음악 활동 외에도 ‘장미 십자단’을 통한 신앙생활, 파리 빈민가 아동구호 등에도 힘쓴 것을 보면 단순한 음악가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밤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지하 연습실. 사티 역의 박호산, 사티가 사랑한 여인 수잔 역의 배해선 등이 참석한 연습이 한창이었다. 본 무대가 열흘 후여서 연습강도가 점점 세졌다. 출연진은 연습실 기둥 3개가 마치 없기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무대를 오갔다.
“나만의 것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고 울부짖는 사티. 그런 예술가를 향해 “남성들만의 세계에서 여성은 강자인가요, 약자인가요?”라고 노래하며 사랑을 갈구하는 수잔. 그런 가운데서도 자유 혁명 열정 등 프랑스대혁명 이후의 분위기가 배경으로 깔린다.
사티가 1917년 작곡한 발레음악 ‘파라드’는 권총, 사이렌, 비행기 소리가 도입돼 음악계에 충격을 주었는데 바로 이 같은 장면이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발레 ‘파라드’는 프랑스 문학가 장 콕토가 대본을 썼다.
사티 음악의 문외한이라면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드라마 ‘시크릿가든’ ‘주군의 태양’ OST 등을 통해 들었던 사티 곡이 소개되면 “아!” 할 것이다. 22일∼12월 1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02-333-3626).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