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럽·아시아 하나로 묶는 나진∼하산 철도… 朴 ‘동북아평화구상’ 실현 핵심방안

입력 2013-11-13 04:49


정부가 5·24 조치를 적용하지 않고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대해 국내 기업의 간접투자를 허용키로 한 것은 이 프로젝트가 박근혜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실현 방안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12일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박근혜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에 포함된다”며 “유라시아 대륙에서 철도로 러시아를 건너 북한 나진까지 오게 되면, 이후에는 선박으로 부산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박 대통령은 올 하반기부터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로 묶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강조해왔다. 박 대통령은 9월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유라시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새 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라며 “부산에서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또 지난달 18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유라시아 시대 국제협력 콘퍼런스’에선 유라시아 동북부를 철도와 도로로 연결하고 최종적으로 부산∼북한∼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제안하기도 했다. 따라서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을 철도로 잇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SRX의 핵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중요한 국정과제에 국내 기업의 투자를 막는 것은 모순이라는 판단이다.

정부는 또 이미 개성공단 국제화와 관련해 외국 기업의 간접투자를 유도하고 있는 만큼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의 간접투자를 막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개성공단의 외국 기업 투자 방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라며 “개성공단을 염두에 두고 간접투자를 승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개성공단에 이어 나진∼하산 프로젝트에서도 간접투자를 허용키로 결정함에 따라 대북 사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한 5·24 조치의 빗장도 풀릴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간접투자 방식으로 우회해 북한에 투자할 경우 5·24 조치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성공단의 경우 외국 간접투자 기업은 사실상 국내 기업이 개성공단에 투자할 때 받는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다른 간접투자와 함께 일부 직접투자도 허용되는 방향으로 발전될 것으로 보인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5·24 조치 해제 여부에 대해 “정부도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