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종걸] 사회적경제와 새마을운동

입력 2013-11-12 18:18


제2의 새마을운동이 주요한 국정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새마을운동의 내용과 실천 방식을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각 부처에서는 관련된 사업과 예산을 크게 늘리고 있다. 그러면 변화된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새마을운동은 과연 어떻게 설계 가능할까.

먼저 강조해야 할 것은 이 운동이 자발적 국민운동으로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의 그것은 경제개발 계획과 더불어 관 주도적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민주화된 지금의 관건은 시민사회의 자발성을 동원하는 것에 있다. 협소한 이념과 당파성의 차이에 구애받지 않고 어떻게 다양한 시민사회의 활력을 조직할 것인가가 향후 성공의 관건이다.

둘째로 이 운동의 실질적인 내용은 바로 사회적경제운동이라는 점이다. 과거의 새마을운동은 근면·자조·협동의 소프트웨어와 함께 생활환경 개선, 소득증대라는 하드웨어의 발전 전략이 복합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사회간접자본 보급에서 이미 선진국이다. 하드웨어보다는 경제적 참여 확대, 다양한 갈등요인 해소, 공동체 정신 함양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의 마련이 더욱 중요시된다. 그리고 이것의 최고 모델은 바로 사회적경제 모델이다. 개개인의 자조능력과 협동정신을 확대시키는 경제적 표현이 바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과 같은 사회적경제 영역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성공 모델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농촌 개발에 집중했다면 지금부터는 도시와 농촌, 서울과 지방, 국내와 국외의 필요와 특색에 맞는 모델을 구상해야 한다. 농촌개발 협동조합, 로컬푸드 등은 농촌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며 사회적기업과 사회적협동조합 등도 취약계층의 경제적 참여와 생활 안정에 도움을 준다. 둘러보면 성공 모델은 차고 넘친다. 관건은 이 모든 성공 모델을 우리의 필요에 따라 재분류하고 각각의 성공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넷째로 국정과제로서 부각이 갖는 최대 이점은 기존의 개별적 프로그램을 하나의 정신과 실행체계로서 재정비하는 것에 있다. 각종의 취약계층 지원사업, 자영업·소상공인 정책, 청년실업 대책, 농촌개발, 지역재생 등의 기존 사업들은 자조·자립능력 확대라는 차원에서 재조정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의 새로운 방법으로 확산되는 사회적기업(고용노동부)과 마을의 공동체 증진을 위한 마을기업(안전행정부) 그리고 협동조합(기획재정부)과 자활사업(보건복지부)은 통합된 원칙과 실행체계를 구비해야 한다. 청와대에 사회적경제비서관을 두든 총리실에 사회적경제위원회를 신설하든 전체의 정책을 통합하고 조율하는 정책 단위는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새마을운동, 그것의 업그레이드 모델인 사회적경제는 이제 충분히 수출 가능한 모델임을 강조하고 싶다. 지난 정부 이후 우리나라 대외원조 예산은 크게 늘었다. 그러나 부처 간 중복지원, 일회성 사업의 남발, 민간과 개인의 참여 저조 등 그 효과성에는 많은 문제가 지적된다. 지속 가능한 원조 모델로서 사회적경제 방식의 유용성이 강조되는 지금 기존의 개발경험공유사업(KSP사업), 개발원조사업(ODA, EDCF 사업), 청년해외취업사업(KMOVE) 등도 사회적경제와의 연계성을 강화해야만 한다.

지난달 말 캄보디아 왕립프놈펜대학의 심포지엄에서 필자는 한국의 사회적경제 정책과 관련해 아주 많은 질문을 받아야 했다. 필리핀에서의 한 참석자는 아키노 상원의원(현 대통령 사촌동생)이 우리의 사회적기업육성법·협동조합기본법을 벤치마킹한 새 법률을 제출했다고 귀띔해 주었다. 적어도 필자가 알고 있는 한 사회적기업·협동조합과 관련한 법, 제도는 한국이 가장 선진적이다. 이제 그만 스페인 몬드라곤, 이탈리아 트렌티노, 캐나다 퀘벡 모델의 단순 수입이 아니라 그간의 우리 정책과 운동 경험을 수출해야 될 때가 온 것이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