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맹활약에… 기업 벌금폭탄 2013년 들어 1兆나

입력 2013-11-12 18:07 수정 2013-11-12 21:57


올해 들어 주요 기업들이 각종 불법행위로 부과 받은 과징금과 추징금 등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배를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세수 확보에 나선 정부의 기업 감시 강화, 장기화된 불황에 따른 기업의 도덕적 해이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벌금 부과 사실을 공시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알린 법인은 모두 25곳(26건)이다. 이들이 당국으로부터 통보받은 벌금 총액은 1조1316억4689만2549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곳(16건)이 총 2016억868만8505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법인이나 벌금액이 모두 급증했다.

특히 올해 벌금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배를 넘어섰고(561%), 2011년 전체 규모의 12배에 이른다(1189%).

지난해에 비해 올해 벌금액이 급증한 표면적인 원인은 세무당국의 세무조사가 활발해진 데 있다.

올해는 유독 지난해까지의 법인세 통합조사 결과로 추징금을 징수당한 기업이 많았다. 지난해 국세청과 세무서들의 추징금 부과 건수는 11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배 수준인 22건으로 늘었다. 특히 효성(3651억여원), OCI(3084억여원), 동부하이텍(778억여원), 동아에스티(646억여원) 등 굵직한 추징금 부과 건이 많았다.

국세청 추징금이 대폭 증가한 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은 지난해보다 외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4개 라면업체 간 담합행위로 농심(1080억여원) 등이, 13개 비료 제조판매사업자의 부당 공동행위로 남해화학(2510억여원) 등이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물었다.

하지만 올해는 아연도금과 컬러강판 가격담합에 따라 현대하이스코(736억여원), 동부제철(395억여원) 등이 과징금을 부과 받은 정도다.

금융당국은 국세청을 중심으로 한 벌금 부과 급증은 장기화된 불황으로 기업 경영진이 부도덕해졌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한다. 금융당국은 최근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주 및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에 선제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더 큰 원인은 정권 교체에 따른 경제민주화와 세수 확보 움직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제개혁연구소 강정민 연구원은 “기업들이 올해 들어 갑자기 부도덕해졌다기보다는 경제민주화 정책과 세수 확보 노력의 영향으로 국세청 등이 기업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을 원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