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태풍 하이옌 후폭풍] 중국 10만달러 찔끔 지원 왜?
입력 2013-11-12 18:03
중국 정부가 극심한 태풍 피해를 입은 필리핀을 돕겠다며 내놓은 돈은 10만 달러(약 1억700만원)다. 미국 금융시장의 ‘큰손’ 조지 소로스(83)가 개인적으로 내놓은 기부금(100만 달러)의 10분의 1이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은 왜 푼돈을 내놓는 데 그쳤을까.
중국은 남중국해 난사군도(南沙群島) 영유권을 놓고 필리핀과 갈등 중이다. 필리핀은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과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해 왔다. 최근에는 남중국해 인근에서 미 해군과 연례 합동상륙훈련을 실시했다. 이런 사정은 중국의 필리핀 지원 규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동남아 문제 분석가 두진펑은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만약 중국이 필리핀을 돕는다면 중국인 사이에서 불만이 촉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만 달러 기부는 국민감정을 고려해야 하는 중국 정부가 이웃나라 필리핀을 아예 모른 척할 순 없는 사정에서 나온 금액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규모는 필리핀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중국의 지원 내용을 전한 인터넷 기사에는 “중국이 필리핀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아예 아무것도 주지 말고, 필리핀 사람들을 돕겠다면 강대국처럼 행동하고 그에 맞는 금액을 기부하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는 중국의 이익에 긴요하다”며 “이번에 필리핀을 외면하면 중국은 막대한 손실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