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자도 기준도 공개 안해… 못 믿을 ‘SNS 이벤트’ 넘친다

입력 2013-11-12 17:54

경기도 양주시에 사는 이모(32·여)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스토리의 ‘공유 이벤트’에 당첨됐는지부터 확인한다. 공유 이벤트란 자신의 SNS 계정 방문자들과 특정 상품 정보를 공유하면 해당 업체에서 추첨을 통해 경품을 주는 행사다. 돌이 갓 지난 딸과 단둘이 집에 있느라 SNS 접속 시간이 늘면서 생긴 습관이다. 이씨는 “공유 이벤트에 걸린 명품 가방과 시계, 현금, 상품권 등을 보면 나도 모르게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홍모(33·여·서울 공덕동)씨도 지난 9월부터 100차례 이상 SNS 공유 이벤트에 참여했다. 일부러 공유 이벤트를 찾아다니며 열정적으로 응모하고 있지만 한 번도 당첨되지 못했다.

이씨와 홍씨는 모두 자기 주변에서 SNS 공유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사람을 듣거나 본 적이 없다. 이벤트를 열기만 할 뿐 당첨 내역은 공개하지 않는 회사가 많기 때문이다.

SNS 열풍을 틈타 ‘묻지마’ 공유 이벤트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고가 경품으로 소비자 참여를 유도해 광고 효과만 거둔 뒤 경품 지급 여부는 밝히지 않는 ‘꼼수’ 이벤트도 늘고 있다.

12일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서 진행 중인 공유 이벤트 23건을 확인한 결과 당첨자 추첨 장면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공개한다고 밝힌 곳은 5건뿐이었다. 나머지는 당첨자에게 개별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이다.

이달 들어 벌써 두 번째 공유 이벤트를 진행 중인 명품 판매업체 A사는 카카오스토리에 이벤트 참여 방법, 당첨 상품, 당첨자 발표일만 공지했을 뿐 당첨자 추첨 및 고지 방법은 알리지 않았다. ‘친구 공개가 아닌 전체 공개’ ‘이벤트 종료 시까지 공유 글 유지’ ‘댓글만 달고 공유하지 않을 경우 이벤트 참가 자격 상실’ 등 이벤트 참여 조건을 엄격하게 내건 것과 대비된다.

올해 네 차례 공유 이벤트를 진행한 B업체는 아예 “공유 횟수가 500건이 넘지 않으면 이벤트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참여한 소비자들은 헛수고를 하는 셈이지만 업체 입장에선 밑질 게 전혀 없다.

이런 이벤트에 응모하는 이들 중에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최근 SNS 공유 이벤트에 응모한 김모(17)양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라서 학생들이 많이 참여한다”며 “아직 당첨됐다는 친구는 보지 못했다. 아마 어려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에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를 믿지 못하겠으면 이벤트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