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석기 내란 모의했다” 李 “北 지령 받은 적 없다”
입력 2013-11-12 17:51 수정 2013-11-12 22:29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12일 열린 첫 공판에서 미국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15분 동안 진행된 모두진술을 통해 “단언컨대 내란을 의도한 적 없고, 공작원으로 일하지도 않았다”며 관련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이 의원이 재판에서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탈냉전 이후 다른 나라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은 미국밖에 없다”며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북한을 침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북한 공격을 우려해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논의했던 것이 5월 강연의 진실”이라며 “북한이 남침할 경우 폭동을 일으키려 했다는 검찰 측 주장은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국회에 등원할 때도 운동권으로 산다고 다짐했다”며 “한국사회에서 미국은 어떤 존재인지 알리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내란음모 사건으로 누구보다 놀란 건 바로 나 자신”이라며 “북으로부터 어떤 지령도 받지 않았다. 재판을 통해 진보당에 새겨진 주홍글씨가 벗겨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1시간15분 동안 진행된 기소 요지 진술에서 “RO는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처럼 한국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전복하고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한 지하 비밀조직”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이어 “RO의 총책인 이 의원과 다른 피고인들은 북한의 군사도발 상황을 전시로 인식하고 총공격 명령에 따라 국가기간시설 타격을 협의하는 등 내란을 모의했다”며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구하고자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5월 회합에서 이 의원은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이 필요하다. 군사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며 조직원들을 선동했다”고 지적했다.
피고인 측 변호를 맡고 있는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RO는 실체가 없고 회합 내용도 단순 정세토론이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국가정보원 사건’을 덮으려 내란음모 사건이 조작됐다고도 주장했다.
변호인 측 변론과 이 의원의 진술이 이어지는 동안 보수 단체 회원 5명이 고성을 질러 이 중 3명이 감치 재판에 넘겨졌다. 일부 탈북자 단체 회원들은 “이석기와 통진당은 북한으로 가라. 북한에서 한 달만 살아 봐라”고 외치다 끌려 나갔다.
재판에 앞서 보수단체 회원 200여명과 통합진보당 당원 및 지지자 150여명은 법원 앞 사거리에서 각각 집회를 벌였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충돌을 막기 위해 800여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했다. 재판에는 이 의원 등 피고인 7명을 포함, 수사팀 검사 8명과 변호인 16명이 총출동했다. 검은색 양복을 입고 출석한 이 의원은 웃음을 띠며 방청석과 재판부를 향해 가벼운 목례를 하는 여유를 보였다. 오후 2시에 시작한 33년 만의 내란음모 사건 첫 공판은 4시간20여분 동안 진행됐다. 국정원 직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다음 공판은 1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수원=나성원 김도영 기자 naa@kmib.co.kr